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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7 국내 골프산업의 현재와 향후 과제

국내 골프산업의 현재와 향후 과제

 

최유경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야놀자리서치에서 지난해 발간한 “코로나19, 골프산업의 부상, 그리고 엔데믹 이후의 전망”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호황을 맞이한 산업으로 골프산업을 소개한 바 있다. 그 핵심 내용을 보면, 팬데믹 시기 골프장 이용객 수가 연간 약 10%씩 증가하였다. 2021년에는 연간 이용객 수가 5,000만 명을 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증가세에는 여성과 젊은 층의 유입이 있었다. 또한, 골프가 해외여행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해외여행 수요를 골프가 일부 흡수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됨에 따라 해외여행과 해외골프가 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국내 골프 수요는 점차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2023년 상반기 골프 소비액은 전년 동분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골프 수요 감소세로 접어들어
 

국내 골프 수요는 2023년 첫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이용객 수는 2005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거나 유지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지만, 2023년 전국 골프장 이용객 수는 4,772만 명으로 2022년 대비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홀당 이용객 수 또한 2022년 5,006명에서 2023년 4,610명으로 7.9% 감소했다. 그에 반해 골프장 수는 2023년 기준 522개로 전년 대비 8개 증가했다. 즉, 공급은 계속해서 증가한 반면, 수요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전국 골프장 이용객 현황

 

 

수요가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제주였다. 2023년 제주 골프장 이용객 수는 23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지역 또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1홀당 이용객 수 기준, 2022년 대비 2023년 전남은 -13.1%, 강원과 충북은 -10.9% 감소했다. 서울과 인접한 경기(-5.7%), 대구와 부산과 인접한 경북(-5.8%)과 경남(-3.1%) 지역은 상대적으로 감소율이 낮은 편이다.

 

지역별 골프장 이용객 현황

 

 

해외로 나가는 국내 골퍼
 

팬데믹 시기 국내에 묶여 있던 골퍼들은 일부 해외로 나간 것으로 보인다. 컨슈머인사이트 ‘주례 여행 행태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취미-운동 활동을 위해 국내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 20.7%가 골프를 쳤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2022년은 17.6%, 2023년은 16%로 2021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선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21년 취미-운동 활동을 위해 해외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 34.9%가 골프를 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은 전년 대비 2.7%p 상승한 37.6%, 2023년은 전년 대비 4.1%p 상승한 41.7%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데믹을 기점으로 국내 골프여행 수요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해외 골프여행 수요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가격이다. 국내 골퍼들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치솟은 그린피에 대한 불만이 컸다. 실제로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이 2023년 필드 라운딩 경험이 1회 이상인 만 20~5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골프 산업 기획 조사’에 따르면, 최근 2~3년간 국내 필드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졌다는 응답이 82.7%에 달했다. 그에 반해 동남아를 비롯한 주요 방문지역의 골프 비용은 국내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 글로벌 골프테크기업 에이지엘(AGL)에 따르면, 해외 골프장에서 18홀 라운드를 한 번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카트비와 캐디피를 포함해 평균 15만 1천원이었다. 국내에서 1인당 골프 라운딩 비용이 25~30만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비용이라 느끼게 된다. 또한 골프와 함께 해외에서 다양한 여행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최근 증가한 골프 비용을 조금이나마 아끼고자 하는 골퍼들이 증가했다. 엠브레인의 같은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82.3%가 노캐디(셀프 라운딩) 이용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골프 주 소비자층인 중장년층의 노캐디 의향이 높았다. 20대 남성은 72.9%, 30대 남성은 75.1%로 전체 평균 이용 의향보다는 낮은 편이었지만, 40대 남성은 83.5%, 50대 남성은 86.6%가 노캐디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40대(86.4%), 50대(85.0%), 30대(82.8%), 20대(72.8%) 순이었다. 2030세대에 비해 4050세대가 골프 경험이 많아 노캐디 플레이로도 원활한 진행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이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셀프 카트 이용 또한 비슷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노캐디, 셀프 카트에 대한 선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베이비 붐 세대 은퇴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


국내 골프 수요 감소는 인구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제 시작일 뿐이다. 현재 베이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태어난 1차 베이비 붐 세대는 이미 법적 은퇴연령(60세) 진입을 마쳤다. 이어서 1964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2차 베이비 붐 세대도 순차적으로 은퇴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1차 베이비 붐 세대는 약 705만명, 2차 베이비 붐 세대는 약 954만명으로 각각 전체 인구대비 13.7%, 18.6%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1에 따르면, 1차 베이비 붐 세대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가 2015~2023년 동안 연간 경제성장률을 0.33%p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인원이 더 많은 2차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 60대 고용률을 유지하는 시나리오에서 2차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로 2024~2034년 동안 연간 경제성장률이 0.38%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별 인구수 (2023년 12월 기준)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골프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 붐 세대는 골프장 회원권을 소유하거나 정기적으로 골프 라운드를 즐기는 경우가 많아 국내 골프 산업의 주요 고객층이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은퇴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온다. 정기적인 급여가 사라지고 연금이나 저축에 의존하게 되면서 소비 패턴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비용이 많이 드는 골프와 같은 고비용 여가 활동에 대한 지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3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골프장 이용률은 중장년층인 50대(19.8%), 40대(16.9%)에서 높았다. 은퇴시점으로 들어서는 60대는 12.1%로 50대에 비해 7.7%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0대의 골프장 이용률은 6.6%로 또 다시 큰 폭으로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다.

 

연령별 골프 이용률


 

골프장 이용률이 감소하게 되면서 골프 관련 산업들도 함께 타격을 입게 된다. 골프 용품, 골프 의류, 골프 장비 등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 다행인 점은 2차 베이비 붐 세대가 1차 베이비 붐 세대에 비해 소득 및 자산 여건이 양호하며, 사회-문화 활동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이다. 은퇴 후 계속근로 의향 또한 높은 편이다2. 따라서, 이들의 골프 이용률이 10년 후에 현재 60대 골프 이용률인 12.1%까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비교적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장기적 수요 감소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되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필요한 골프산업
 

앞서 언급한 대로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해 장기적인 골프 수요가 감소가 다가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골프장은 이러한 수요 감소를 더욱 크게 체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수익성 하락으로 인해 높은 관리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골프장들이 생겨날 것이다. 2차 베이비 붐 세대 은퇴연령 진입 완료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지금부터 골프산업은 앞으로 발생할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효과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적극적인 가격 전략 수립

골프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고가의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다. 그린피, 카트비, 캐디피 뿐만 아니라 각종 골프 용품과 골프 장비를 구입하는 데 비용이 든다. 기존 골퍼들도 이에 부담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신규 골퍼에게는 더욱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요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가격 전략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작정 가격을 낮추기 보다도 차별화된 가격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일과 주말, 비수기와 성수기, 시간대별로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할 수 있다. 평일 낮 시간대나 비수기에는 크게 할인된 요금을 적용하여 이용율이 낮은 시간대에 최대한 필드를 활용해야 한다. 또한,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높은 요금을 적용하되, 이에 맞는 특별한 서비스나 이벤트를 제공하여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협업 사업 진행
골프장은 시내 중심과 다소 멀리 떨어져 있어 골프장까지는 차량을 이용해 장시간 이동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먼 지역에서 이동해 오는 방문객들이 메리트를 느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골프장 근처에 숙박 시설과 협업 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장거리에서 오는 골퍼들에게 숙박 시설을 제공하면 당일치기로 이동해야 된다는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골프와 숙박, 식사를 포함한 통합 패키지 상품을 제공하면 방문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먼 지역에서 오는 골퍼들을 위해 셔틀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렌터카 서비스와 제휴하여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지역 관광 자원과의 연계도 고려해볼 만하다. 골프장을 방문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행이다. 이를 활용하여 골프장 주변의 관광 명소, 문화 유적지, 자연 경관 등을 연계한 패키지 개발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골프와 관광을 결합한 패키지는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골퍼들이 머무는 동안 숙박 시설, 식당 등 다양한 지역 업소들을 이용하게 되어 지역 상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다양한 형태의 골프 제공
전통적인 18홀 골프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골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파크골프3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파크골프는 공과 클럽 하나로 경기가 진행된다. 코스도 비교적 짧고 신체적 부담도 적은 편이다. 플레이 비용도 1만원 안팎으로 매우 저렴하고 규칙도 간단하다. 기존 골프와 달리 공원에서 플레이가 가능하기에 접근성 또한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러한 이유로 파크골프는 특히 노년층에게 매력적인 운동으로 손꼽힌다.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걸으며 유산소 운동을 할 수 있고, 부상 위험도 적어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짧은 라운드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18홀이 아닌 6홀 또는 9홀의 짧은 라운드도 허용함으로써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을 타깃으로 하는 코스는 파크골프와 같이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코스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짧아진 코스 덕분에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경제적 부담이 큰 청년 골퍼들도 이러한 방안을 선호할 수 있다. 


골프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지금이야말로 전략적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적극적인 가격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과의 동시 마케팅 및 협력 사업을 추진하며,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골프 경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골프장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골프를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관광과 연계한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지닌 종합적인 여가 활동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이 병행될 때, 골프 산업은 지속 가능성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내용 인용시 “최유경(2024), 국내 골프산업의 현재와 향후 과제, Yanolja Research Insights, Vol.17.”로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