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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9 국가별 관광산업의 특징과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

국가별 관광산업의 특징과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

 

장수청 미국 퍼듀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야놀자리서치 원장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국가별 관광산업의 규모, 성장, 그리고 경쟁력에 대한 연구는 각 국가의 경제적 상황과 관광산업의 역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관광산업은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며, 고용 창출과 국가 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한다. 본 연구에서는 주요국의 관광산업을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국가별 관광산업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에 비추어 대한민국 관광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분류를 위해 UN Tourism (구: UNWTO)의 인바운드 관광객 수 데이터, OECD의 관광수입 증감 데이터, IMF와 OECD의 GDP 대비 관광수입 비중 데이터, 그리고 세계경제포럼(WEF)의 관광발전지수를 활용하였다. 주목할 점은, 관광산업의 규모가 반드시 국가의 경제적 규모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한, 관광산업의 경제적 비중은 국가의 서비스업 성숙도와 연관되어 있으며, 고용에도 중요한 기여를 한다. 산업 경쟁력은 단순히 역사적 또는 지정학적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정책적 노력을 통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주요 국가들은 관광산업의 발전 양상과 그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분류는 각국의 관광산업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본 연구에서는 관광산업의 특징을 바탕으로 국가들을 선진국형 관광대국, 의존형 관광대국, 전통형 관광국, 이머징 관광국으로 나누었다. 유형별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각국이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방식과 그로 인한 경제적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인 선진국형 관광대국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선진국이 속한다. 이들 국가는 관광산업이 세계적 리딩 위치에 자리 잡았으며, 규모와 경쟁력 모두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매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뉴욕, 로스앤젤레스, 라스베이거스, 올랜도 같은 주요 도시를 방문하며,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같은 세계적인 테마파크가 관광산업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는 이미 충분한 관광 인프라와 자원을 갖추고 있어, 관광산업의 변화 속도가 느린 편이다. 이들 국가는 산업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관광산업의 경제적 비중이나 경쟁력 측면에서 큰 변동이 없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을 통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조업이나 금융업에 비해 큰 편이 아니다.


두 번째 유형은 의존형 관광대국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대표적이다. 이들 국가는 관광산업의 규모와 경쟁력 면에서 선진국형 관광대국과 유사하지만 경제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스페인은 지중해 연안의 아름다운 해변과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같은 문화 도시로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관광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 역시 로마, 베니스, 피렌체가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하며, 이는 국가 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관광 의존도가 높은 만큼 경기 변동이나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관광객 급감으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크게 입었다. 이는 관광산업 의존도가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 유형인 전통형 관광국에는 인도, 브라질, 터키, 중국 등이 포함된다. 이들 국가는 오래전부터 자연 자원이나 문화적 유산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발전시켰지만, 경쟁력 측면에서는 더딘 성장을 보인다. 인도는 타지마할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어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나, 관광산업은 주로 자연 자원과 역사적 유산에 의존하고 있으며, 새로운 관광 상품 개발이나 인프라 개선은 더딘 편이다. 브라질 또한 리우데자네이루의 해변과 아마존 등의 자원을 활용해 관광산업이 발달해 있지만, 치안 문제나 교통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관광객 유치에 한계가 있다. 이들 국가는 잠재력이 크지만,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이 더디며, 자원의 효과적인 활용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머징 관광국은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이 포함된다. 이들 국가는 관광산업의 규모가 크지 않으며,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낮지만, 빠른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개선이 눈에 띈다. 인도네시아는 발리와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으며, 정부 주도의 관광산업 개발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멕시코 역시 칸쿤과 멕시코시티 같은 관광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특히 북미와 유럽에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인프라와 관광 자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글로벌 관광 수요 증가로 인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각국의 관광산업 발전 양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다. 각국은 자신이 속한 유형을 고려하여 관광산업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특히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 경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위에서 제시한 네 가지 분류를 기준으로 그룹별 특징에 대해 더욱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그림1]관광산업 특징에 따른 국가분류

 

선진국형 관광대국과 의존형 관광대국의 진화하는 패러다임 

선진국형 관광대국과 의존형 관광대국들의 성장 배경은 그들의 경제 규모와 역사가 형성한 독특한 관광 자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국가는 고유의 관광지 특성과 풍부한 관광자원을 종합적으로 활용하여 관광대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선진국형 관광대국들의 성장은 이들이 보유한 역사적 관광지의 가치와 더불어 선진국으로서의 인프라를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이들 국가의 경제 규모는 항공을 포함한 선진적인 교통의 발달을 촉진시켰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 정책적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한편, 의존형 관광대국들의 성장은 풍부한 관광 자원과 더불어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제조업 성장의 정체 상태를 극복하려는 정책적 노력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노력은 국가의 경제 체질 자체를 전환하여 현재의 경제 위상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은 배경을 통해 선진국형 관광대국과 의존형 관광대국들은 각기 다른 경로를 걸으며 관광산업에서의 성공을 이룩했다. 그들의 자취는 다른 국가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며, 관광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관광산업의 규모가 큰 국가들은 현재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관광상품을 제공함으로써 관광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지역적으로 다채로운 테마를 제시함으로써 전통적인 관광지에 집중되었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핵심 관광지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여러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지방 경제를 육성하며, 결론적으로 관광객의 체류 기간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전략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도시는 영국의 런던이다. 런던 관광산업의 비전인 “London Tourism 2030 Vision”을 담당하는 기관인 런던&파트너스(London &
Partners)는 보고서를 통해 런던 관광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관광객의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는 4개의 핵심요소(Essentials, Experiences, Places, Brand)로 구성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에는 다양한 관광지와 체험 콘텐츠가 존재하지만, 관광객들은 일부 관광 명소에서 제한적인 경험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관광 요소를 관광객에 게 소개하고, 관광산업의 분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런던 중심부에 집중된 관광산업을 분산시키고 지역적 특색을 강조하는 전략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런던 북부에서는 급류 래프팅과 같은 수상 활동을 통해 새로운 관광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부 Hounslow 지역에서는 1500~1600년대에 지어진 역사적인 저택들을 관람하는 건축 양식 체험을 통해 기존 관광지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런던아이, 빅벤 등 중심부의 관광지로 집중된 관광객을 분산시키는 동시에,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단순히 런던 중심부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지역의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중요한 전략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토스카나의 소도시들을 해외에 홍보하여 관광 집중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2018, 이탈리아는 전 세계 대사관을 통해 토스카나 남부 지역의 몬테풀치아노와 발디키아나 세네제를 집중적으로 홍보했다. 한국 대사관에서 열린 홍보 세션에서는 이 지역의 와이너리와 자전거 투어와 같은 특별한 경험을 강조하며 한국 관광객들의 방문을 유도하기도 했다. 또한, 다양한 항공 노선을 증편하여 이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스페인의 경우에도 유사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주요 관광 도시로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동남쪽 발레아레스 제도에 위치한 마요르카, 이비자, 메노르카 등의 섬들의 관광을 육성하여 관광 집중 현상을
분산시키고 있다. 이비자와 메노르카의 경우 젊은이들의 클럽 문화를 관광 요소로 적극 활용하였고, 마요르카는 지중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 지역은 관광 명소로 부상 하였으며, 스페인이 연간 약 1.2억 명의 국제 관광객을 맞이하는 것을 고려할 때, 발레아레스 제도의 관광객 수가 1천만 명에 이르는 것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그림2]스페인 발레아레스 지역 국제 관광객 방문자수 추이

 

또한, 전통적인 관광 자원과 관광지를 넘어서, 콘텐츠와 지역사회를 결합하여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런던 내의 관광산업을 분산시키는 정책뿐만 아니라, 4년마다 문화도시를 지정하여 다양한 지방 관광권역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공업도시로 번성했으나 쇠락한 리버풀은 비틀즈 문화유산, 리버풀 FC, 해리포터 촬영지 등의 요소를 활용한 브랜딩을 통해 2008년 유럽연합(EU) 문화 수도로 선정되었고, 그 결과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었다. 2017년에 는 헐시티가 선정되어 모네 특별전과 Freedom 페스티벌과 같은 거리 예술 축제를 성공적으로 브랜딩하여, 2021년 영국 가디언지가 선정한 관광지 10선에 포함되는 등 지역 활성화를 이룩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역의 특색과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여 관광산업을 재창조하고, 그로 인해 지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성공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영국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들도 핵심 관광지에 집중된 수요를 분산시키기 위해 지역 관광산업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일본은 도쿄 외에도 홋카이도,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를 중심으로 한 5대 관광 권역을 개발하고 브랜딩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하노이를 넘어 호치민, 다낭, 푸꾸옥 등 4대 관광 권역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각 지역별로 특화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여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동시에, 오버투어리즘 문제를 해소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역사와 자연을 품은 전통 관광국의 전략

 

전통형 관광국들은 자연 자원 외에도 식민 지배의 역사가 남긴 언어와 문화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관광산업을 발전시켜 왔다. 이들 국가는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독특한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자산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과거 식민 지배의 경험은 혼합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이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통해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국가로, 같은 언어권의 국가들로부터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또한, 브라질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저렴한 물가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경제적 관광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각적인 정책을 펼쳐왔다. 무비자 정책은 브라질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19년부터 미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의 국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외국인들이 브라질을 더욱 쉽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정책은 브라질의 관광 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이 되었으며, 실제로 전 세계 약 절반의 국가에서 브라질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 나라의 개방성을 잘 보여준다. 또한, 브라질 정부는 관광 인프라 개선을 위해 외국인 직접 투자를 활성화하고 있다. 멕시코 칸쿤과 같은 세계적인 휴양지를 개발하기 위해, 공유 해변을 민간에 매각하고 민간 투자 유치를 촉진하여 앙그라 두스 헤이스 지역을 세계적인 휴양지로 개발하고자 한다. 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제 개발 우선 정책과 일치하며, 그는 브라질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연 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이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브라질의 사례는 인도와 유사한 측면이 많다. 인도 역시 관광산업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180개국에 걸쳐 e-Tourist Visa 제도를 도입하여 외국인 관광객들이 인도를 더욱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e-Tourist Visa를 통해 인도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93만 명으로, 이는 2018년보다 23.6% 증가한 수치이다. 이러한 성장은 인도의 무비자 정책과 관광 편의성 제고 노력의 결과이다. 뿐만 아니라, 인도 정부는 호텔 및 관광 인프라 개발을 위해 100% 외국인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은 별도의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도 인도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관광 인프라 개선과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전통형 관광국들이 자연 자원뿐만 아니라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관광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식민 지배의 경험은 공용어와 문화적 동질성을 형성하여 외국 관광객들에게 친숙한 환경을 제공하며, 이는 관광산업 발전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과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인도는 이러한 역사적 유산을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자연경관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를 결합한 독특한 관광 자산을 통해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의 성장을 이루고 있다.

 

종합해 보면, 전통형 관광국들의 성공은 단순히 자연 자원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과거의 역사적 자산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는 데 있다. 브라질과 인도는 각각의 문화적 특성을 살려 전략적 정책을 추진하며, 이를 통해 관광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머징 관광국가들의 질주와 글로벌 성장

 

이머징 관광 육성국들은 정부의 세심한 전략과 노력을 통해 관광산업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이들의 관광산업 성장률은 한국을 크게 웃돌며, 이러한 성장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관광 거버넌스 구축과 관광지 개발에 대한 체계적인 노력에서 기인한다. 관광객이 느끼는 친절과 만족감은 단순히 국민들의 행동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 인프라의 발전에 크게 달려 있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머징 관광 육성국들은 인프라 개발과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며, 국가 차원의 노력을 통해 관광산업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머징 관광 육성국인 멕시코의 경우, 관광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홍보와 마케팅 활동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Tourism Promotion Council of Mexico라는 별도의 관광진흥 기구를 신설하여 관광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으며, 개별 관광객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통해 다양한 관광객 층을 공략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관광지를 미식 중심, 야외 활동 중심, 로맨틱 관광, LGBT 축제, 유네스코 지정 문화 관광지 등으로 세분화하여 다양한 선택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세분화된 전략은 관광객들이 자신에게 맞는 테마를 선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관광 만족도를 높이고, 멕시코의 관광 매력을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캉쿤과 플라야 델 카르멘과 같은 휴양지뿐만 아니라 멕시코 시티와 과나후아토 같은 역사적 문화 도시도 국제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랜드마크 관광지 개발 역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랜드마크는 역사적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우도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례에서 보듯이 적극적인 신규 투자를 통해 인공적으로 개발될 수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Vision 2030” 계획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연간 1억 명의 외래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한 대규모 관광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의 핵심은 세 가지 메가시티 프로젝트인 네옴 시티,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시티, 홍해 휴양 도시 개발로, 기존 자연경관을 활용한 개발뿐만 아니라 신규 투자를 통한 초대형 랜드마크 건설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네옴 시티는 미래 도시로 설계되어 혁신적 기술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한 거대 도시로 자리매김할 예정이며, 홍해 휴양 도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름다운 해안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고급휴양지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랜드마크 개발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광산업을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게 하고 있으며, 국가 경제 다변화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서비스 산업의 가격경쟁력은 특히 의료 관광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의료 관광은 비교적 저렴한 의료비를 통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멕시코의 주요 성장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BBC에 따르면, 멕시코는 매년 약 100만 명의 미국과 캐나다 의료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으며, 이들의 주요 관심 분야는 성형수술, 치과 치료, 그리고 최근에는 안과와 정형외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비교했을 때 약 40% 저렴한 의료 비용은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을 제공하며, 멕시코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시카고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병원을 운영해 의료 서비스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러한 전략은 멕시코를 의료 관광지로 자리매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티후아나나 과달라하라 같은 도시들은 의료관광 허브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멕시코가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으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이처럼 이머징 관광 육성국들은 정부의 강력한 주도하에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관광산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있다. 멕시코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가들은 다양한 관광지 개발과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의 국제적 위상 강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선진국형 관광대국으로 거듭난 일본


일본은 인바운드 관광의 규모와 관광산업의 경쟁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며, 선진국형 관광대국으로 평가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국형 관광대국들은 일정한 규모와 시장 점유율, 그리고 경쟁력 면에서 점진적인 성장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일본은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높은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일본의 관광산업은 눈부신 성장을 통해 선진국형 관광대국의 기준을 충족하는 규모에 도달했으며, 이는 일본이 세계 관광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그림3]선진국형 관광대국 vs. 일본

 

이와 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산업 육성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1990년대 일본 경제의 침체기는 관광 정책 변화와 산업 발전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1960년대 이후, 일본은 고도 경제 성장을 이루며 1980년대에는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자리 잡았고, 세계 최대의 무역흑자 국가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이 시기 일본은 미국 등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의 통상 마찰이 􀀀지면서, 인바운드 관광보다 자국민의 해외여행을 장려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1987년에 발표된 해외여행배증계획은 일본 국민들의 해외여행을 촉진하는 주요 정책으로, 인바운드 관광에 대한 정부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이 시행한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인해 야기된 버블경제가 1990년대 초반 붕괴하면서 일본 경제는 장기적인 침체에 빠졌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급격한 붕괴는 일본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고, 일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광산업은 일본 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는 관광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인식하고, 이를 경제 회복의 주요 전략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의 경기 침체가 지속되자, 정부는 인바운드 관광을 적극적으로 진흥시키기 위한 노력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법률 제정, 사업 추진, 조직 개편 등 다양한 전략적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06년에는 관광입국추진기본법을 제정하여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 법은 관광 관련 인프라 확충, 콘텐츠 개발, 정책 수립 및 실행을 위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하며, 관광진흥기금을 통해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관광 인프라의 확충과 함께, 일본 정부는 비자 정책을 완화하여 외국인 관광객의 일본 방문을 더욱 촉진했다. 예를 들어,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무비자 방문을 확대하여 인바운드 관광객 수를 크게 늘렸다.

 

조직 개편 측면에서는 관광청을 설립하여 관광 정책 수립과 진흥 활동을 담당하는 전담 기구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전국적인 관광 진흥 전략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으며, 각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관광 상품 개발과 지역 맞춤형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여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기여했다. 또한, 지역 관광권역 내 주요 관광지를 연결하는 루트를 개발하는 전략을 포함함으로써 관광객의 이동 편의성을 높이고, 권역 내 다양한 관광지를 연계하여 방문할 수 있도록 했으며, 그 결과 해당 권역만을 위한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가 가능해져 지역 관광 활성화가 가능해졌다. 일본의 여러 지역은 각각의 특색을 살려 독특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지역별 특산품과 전통 문화를 관광 콘텐츠로 연결시켜 국내외 관광객의 관심을 끌었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는 겨울 스포츠와 자연경관을, 교토는 전통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활용해 독자적인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강화했다.

 

이 외에도 일본은 국제협력과 파트너십을 통해 일본의 관광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힘썼다. 일본 관광청은 해외의 여행사 및 미디어와 협력하여 일본의 매력을 홍보하고, 관광 인프라와 서비스를 개선하여 관광객들에게 보다 편리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전략은 인바운드 관광객 수의 증가뿐만 아니라 관광 수입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일본의 인바운드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2019년에는 약 3,188만 명에 도달했다. 비록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1년에 관광객 수가 24만 명으로 급감했지만, 일본은 빠르게 회복하여 2023년에는 2,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일본을 방문했다. 이 기간 동안 일본의 관광 수입 역시 크게 증가하여 2010년대 초반 몇 십억 달러에서 2019년에는 약 400억 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일본이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관광을 추구하며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루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관광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체계적인 전략과 노력을 바탕으로 선진국형 관광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본은 경제적 도전 속에서 관광산업을 경제 회복의 주요 축으로 설정하였고, 이를 통해 관광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굳건히 하고 있다.

 

[그림4] 한국과 일본의 외래 관광객 수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도약을 위한 전환점: 우리의 선택


현재 대한민국의 관광산업은 중요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정부가 관광을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있는 일본 모델과, 경제 성장과 함께 관광산업이 일정 수준에 도달한 후 정체기를 맞이한 스페인과 이탈리아 모델 사이에서 그 방향성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관광산업이 아직 서유럽 국가들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양한 측면에서 일본의 전략적 접근 방식을 벤치마킹하여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향이 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여러 면에서 유사한 점을 공유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 문화적 유사성, 관광 상품 및 서비스 등에서 두 나라 간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또한, 두 나라는 인구 고령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비슷한 사회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이런 배경을 고려할 때, 일본의 성공적인 관광산업 육성 정책을 참고하는 것은 한국에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과 한국은 인바운드 관광객 수에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두 나라는 아시아 지역에서 경쟁하며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2019년에는 일본이 한국보다 1.7배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면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히 관광 상품의 질적 차이가 아니라,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관광산업을 국가 경제의 회복과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장기간 전략적으로 육성한 결과로 볼 수 있다. 2019년 일본은 약 3,188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 반면, 한국은 1,750만 명에 머물렀다. 이 차이는 정부의 전략적 접근 방식과 정책의 지속적 실행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 10년 동안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 수입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이 증가의 상당 부분은 경제 성장의 부수적인 효과로 간주된다. 한국의 관광산업은 GDP 성장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경제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관광산업도 함께 성장해 온 것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3.5%씩 성장했으며, 이 기간 동안 외래 관광 수입도 연평균 6.6%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은 관광산업 자체의 경쟁력 강화보다는 경제 전반의 성장에 따른 결과로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관광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방향 설정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경우, 같은 기간 동안 경제 성장률이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을 통해 국가 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었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일본의 GDP는 연평균 2.4%씩 감소했지만, 외래 관광수입은 연평균 19.6%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는 일본이 관광산업을 국가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음을 보여준다. 일본은 관광산업을 통해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지방 경제를 활성화시키며, 관광객 유치로 인한 외화 유입을 증대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림5] 국가별 GDP 성장 대비 관광수입 성장

반면, 서유럽의 주요 관광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경제 성장과 관광산업 모두에서 정체기를 맞고 있다. 이탈리아의 GDP는 연평균 1.6%씩 감소했고, 관광수입 성장률도 1.8%에 그쳤다. 스페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스페인의 GDP는 연평균 0.7%씩 줄어들었고, 관광수입 성장률 역시 3.1%에 머물렀다. 이는 관광산업이 경제 성장에 충분히 기여하지 못하고 있으며, 두 나라 모두 관광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위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서유럽 국가들의 관광산업 모델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본의 전략을 참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다. 일본은 지속적인 관광 정책 개발과 인프라 개선, 비자 정책 완화 등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성공했으며, 관광산업을 통해 국가 경제 회복에 기여했다. 한국도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관광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경제 성장을 도모해야 할 필요가 더욱 커졌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이제 관광산업을 단순한 경제의 부수적 요소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제조업 중심의 수출 산업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은 잠재 성장률의 감소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산업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경제 구조를 보다 균형있게 재편할 필요가 있다.
 

특히, 관광산업은 단순히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관광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의 지속과 인공지능이 많은 산업에 적용되고 있는 현재, 여행 테크 기업들과 솔루션 기업 같은 기술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지원함으로써, 관광산업이 실질적인 수출 산업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은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뿐만 아니라, 한국이 세계 무대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지금은 대한민국이 관광산업을 활용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할 시점이며,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계획과 강력한 실행력이 요구된다.

 

*본 내용 인용 시, “장수청, 최규완(2024), 국가별 관광산업의 특징과 대한민국 관광대국의 길, Yanolja Insights, Vol. 19.”로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