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미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2020년 국내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 결과1에 따르면 응답자의 69.2%가 코로나19 이 후 직장관에 변화를 겪었다고 답했으며, 바뀐 직장관 1위로 ‘경제적 보상보다는 워라밸 이 중요하다’를 꼽았다고 한다. 이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현대인의 삶에 핵 심가치 요소가 되었음을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 워라밸도 철 지난 트렌드가 되어 가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워라밸 대신 일상과 업무를 조화롭게 통합한다는 의미의 워라인(Work-Life Integration), 워라 블(Work-Life Blending)이라는 신조어가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이다. 일과 생활 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것이 워라밸의 특징이라면, 사생활과 업무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 게 넘나드는 삶의 방식을 워라인/워라블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이 도입되고 업무 시간, 장소 등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개인이 늘어난 것이 워라인/워라블 트렌드가 확산하게 된 주요 원인일 것이다.
워라인/워라블을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휴가지에서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과 휴가 를 동시에 즐기는 ‘워케이션(Workation)’이 부상했다. 워케이션ñ 일(Work)과 휴가 (Vacation)의 합성어로 2013년 인간 행동 연구소 ‘Science of People’의 연구원이 자 작가인 Vanessa Van Edwards가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설명하기 위해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이다.
즉,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친숙해진 용어이나 코로나19 때문에 등장한 신조어는 아닌 것이다. 오히려 90년대 말에 등장한 개념인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가 대중화된 것이 워케이션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2010년대부터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IT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개발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에 IT 기업들이 우수 인력 유인책으로 원격근무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토대 속에서 디지털 노마드의 소극적 형태인 워케이션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서구 사회에서는워케이션 의 원조 격인 디지털 노마드라는 용어가 보다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구글 트렌드를 활용해 두 단어의 글로벌 관심도를 비교해 보았을 때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관심도가 워케이션 대비 5.6배 가량 높다는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워케이션의 개념은 2010년대 초반에 등장했다지만, 워케이션의 확산에 코로나19가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개발자, 프리랜서, 작가 등 일부 한정된 직업군과 유연한 업무 환경이 정착된 일부 국가에서만 워 케이션의 기회가 주어졌다면,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원격근무가 다 양한 업종,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워케이션 가능 노동 인구가 대폭 증가했다. 이를 계기로 워케이션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가 2020년 중반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다만, 한국에서의 반응이 반년가량 늦었 다는 것이 차이점인데 이는 락다운(Lock-Down) 없이 성공적으로 감염을 관리한 방역 정책, 경직된 기업 문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개인과 기업이 워 케이션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는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엔데믹으로 전환된 2023년 현 시점에도 워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된다고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하이브리드 근무, 유연근무 등이 ‘뉴 노멀(New Normal)’로 자리잡게 된 것이 그 원인일 것이다.
장기숙박의 증가 또한 워케이션 트렌드의 확산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근거가 될 수 있 다. 야놀자 예약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면, 2019년 이후 6박 이상의 장기숙박 비중이 꾸 준히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록 2023년1~5월 사이 6박 이상 장기숙박의 비중 은 전체 예약의 0.1% 이하 수준이긴 하나, 2019년과 비교해서는2.9배 증가한 수치이 다. 또한, 2019~2022년 4년 간의 예약 데이터를 월별로 분석해 보면 여행 비수기인 3 월에 6박 이상 장기 투숙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숙박 요금이 저렴한 비수기에 워케이션을 즐기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워케이션이 새로운 트렌드임을 확인했다면, 실제 워케이션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워케이션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목적에 따라 그 형태가 다양함을 알 수 있다.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본 지에서는 참여 대상과 프로그램 개발을 주도하는 주 체를 기준으로 워케이션을 유형화했다.
먼저, 참여 대상은 개인과 단체로 나눌 수 있다. 개인은 디지털 노마드와 유사한 개념으로 별도의 회사 지원없이 개인이 본인의 기호에 따라 워케이션을 진행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반면, 단체는 기업이 직원 복지, 조직 강화 등의 목적하에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는 형태로 프로그램 기획부터 비용 지원까지의 대부분을 기업에서 담당한다.
워케이션 프로그램 개발의 주축은 정부/지자체와 일반 기업으로 분류 가능하다. 호텔, 공 유오피스, 여행사 등 다양한 업종의 민간 기업이 수익 창출을 목표로 워케이션 프로그램 을 기획·운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정부/지자체가 지방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정책적 으로 개발하기도 한다. 전자는 대도시나 유명 관광지에서 주로 나타나고, 후자는 인구 소 멸이 우려되는 지방 소도시가 주를 이룬다.
지역별 선호되는 워케이션 유형에도 차이가 있다. 유럽·미국은 원격근무나 한달가량의 장기휴가 활용이 쉬운 업무환경이다. 때문에 개인이 자신의 업무 방식에 맞춰 ‘일상적으로 워케이션’을 떠나는 문화가 자리잡혀 있다. 개인을 중심으로 자생적 수요가 나타남에 따라, 워케이션 장소로 선호되는 유명 휴양지나 한적한 소도시에 새로운 워케이션 전문 사업자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지자체가 인구 소멸지역에 관계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워케이션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다. 일본 관광청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부터 워케이션, 블레저(Bleisure) 등 ‘새로운 여행 스타일’ 보급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2021년 3월부터 5억엔을 투자해 워케이션 지원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일본형 워케이션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와카야마현을 꼽을 수 있다. 와카야마현은 2017년 일본 지자체 최초로 워케이션 사업을 개시하고 IT 회사의 위성 오피스 유치에 집중해왔다. 그리고 2022년 기준 미쓰비시지쇼, NEC 솔루션 이노베이터, 세일즈포스 등 13개 기업의 위성 오피스를 와카야마현에 유치하는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그럼 한국은 어떠할까? 현재 국내 상황은 일본의 초창기 워케이션 시장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워케이션 확산을 주도한 것은 대기업이었다. 2021년 말부터 네이버, LG유플러스, 현대백화점, 롯데멤버스, 토스, 야놀자, CJ ENM 등의 대기업이 직원 복지로 워케이션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짧게는 4박 5일에서부터 길게는 한달까지 회사에 서 제공한 위성 오피스나 숙소에서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 제도를 운 영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자사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직원 사기 진작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제고 및 우수 인력 채용을 위한 유 인책으로 워케이션을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주체는 지자체이다. 시작은 강원 도였다. 강원도는 2021년부터 민간기업과 협력해 개인형과 단체형 워케이션 상품을 기 획·판매하고 있다. 강원도는 단기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는데, 개인형 상품의 판 매는 2021년 19,727박에서 2022년 22,801박으로 1년 만에 15.6% 증가했다. 단체형 경우 2021년 1,119박에서 2022년 2,994박으로 168%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8 2023년을 지자체 주도 워케이션 확산의 원년이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지자체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지자체별로 접근 방식에 차이는 있다. 강원과 같이 기관이 직접 워케이션 상품을 기획·판매하는가 하면, 부산처럼 기관이 개인/기업 신청자 에 한해 공유오피스를 무료 제공하는 대신 연계된 숙박시설에 묵도록 유도하는 방식도 있다. 또, 제주도의 경우 도내 민간 워케이션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한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워케이션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코로나19로 인한 지역 관광객 감소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들은 코로나19 이전에 외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사용되던 예산을 전환하여 신규 워케이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가 워케이션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기존 관광상품 대비 워케이션이 가져올 사회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지역 내 워케이션 시장 활성화는 주중과 주말 방문객 유입 규모 편차에 따른 관광업 인력 수급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고, 관계인구를 늘려 지자체의 재정부담과 사회적 갈등 증가 문제도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워케이션에 대한 사회 전반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워케이션을 업으로 하는 기업들도 등 장하기 시작했다. 앞서 움직이기 시작한 기업은 사무가구 전문 브랜드 데스커이다. 데스커는 2021년 양양에 팝업 오피스 오픈을 시작으로 워케이션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양양에 공유오피스 2곳과 숙소 공간 1곳을 운영 중이다. 그 외에도 디어먼데이, 오-피스 (O-Peace) 등과 같이 관광지에 공유오피스를 오픈하고 주변 숙박업소와 연계해 워케이션 패키지를 제공하는 스타트업부터, 더휴일의 사례처럼 사내 워케이션 도입 컨설팅을 제공하는 B2B 사업모델도 등장했다.
야놀자는 2021년 10월 워케이션 제도를 도입해 2023년 6월 현재까지 총 4차에 걸쳐 워 케이션을 진행했다.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참여자를 선정하며, 6박7일 간의 워케이션 기 간 동안 숙박과 식사 비용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전 차수 참여자는 신청이 불가능함에도 불구하고 4차 워케이션 경쟁률이 4:1을 넘었다 는 점, 워케이션에 참여한 직원들이 만족도가 90% 이상으로 유지되고 점 등을 종합해보면, 야놀자의 워케이션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특히, 부산에 서 진행된 3차 워케이션의 경우, 만족도가 98%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워케이션의 어떤 측면이 만족스러웠던 것일까? 3~4차 참여자들에게 워케이 션을 하면서 좋았던 점을 주관식으로 질문하고 그 결과를 워드 클라우드로 분석해 답을 구해 보았다. 높은 빈도로 나타난 단어들은 리프레쉬, 힐링, 경험 등 일상에서 벗어나 얻을 수 있는 행복감의 표현들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업무라는 단어가 가장 높은 빈 도로 언급된 점이다. ‘새로운 장소에서 업무를 하면서 집중도가 올라갔다’, ‘저녁 시간을 누리기 위해 업무에 집중했다’ 등 업무 효율 향상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다수였기에 나타난 결과이다. 이는 참여자들이 워케이션을 휴가로 인식하기 보다는 업무의 한 방식이 라고 인식하고 업무에 소홀함 없이 워케이션을 보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로 보인다.
같은 방식으로 워케이션에 대한 아쉬운 점도 확인해 보았다. 부정적인 의견에는 감정적 단어보단 숙소, 호텔, 공유오피스, 모니터 등 공간에 대한 불만 사항이 주를 이뤘다. 그리 고 조식, 디너, 식당, 점심시간 등 식사와 관련된 단어도 자주 언급되었는데, 낯선 장소에 서 삼시세끼를 해결해야 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의 성공적인 워케이션 운영은 해당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담당자들의 끝없 는 고민과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 담당자들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교훈을 들어보고, 그 내용을 토대로 ‘성공적인 워케이션 운영을 위한 4가지 고려사항’을 정리해보았다.
첫째, 워케이션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기업별로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목적은 각 기 다를 것이다. 어떤 기업은 임직원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가 최우선 목표라면, 어떤 기 업은 조직 강화를 목적할 수 있다. 또, 회사가 제공하고자 하는 워케이션이 자연에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일 수도 있고, 다양한 체험을 위한 기회일 수도 있다. 이렇듯 다양 한 목적에 따라 워케이션 지역이나 숙소 선택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워케이션 준비 초기 단계부터 목적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일상생활에 방점을 두고 장소를 탐색해야 한다. 워케이션의 중요한 한 축은 ‘업무’ 이다.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 중에는 다소의 불편함을 감수할 수도 있겠으나, 업무까지 해야 되는 워케이션에서는 일상의 불편함이 최소화되어야 할 것이다. Airbnb의 창업자 인 브라이언 체스키도 ‘회사에서 오래 떨어져 있을수록 더 많은 편의시설을 갖춘 숙소에 서 지내고 싶어한다’10 라고 언급한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안락한 숙박 시설과 업무 공 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는 교통편이다. 집에서 워케이션 지역까지 가는 교통편도 중요하지만, 워케이션 기간 동안 주변 편의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통수단도 중요하다. 여기에는 자차 이용자를 위한 주차공간 확보도 포함된다. 만약, 현지 교통수단이 변변치 않다면, 점심시간에 식사를 해결하거나 업무시간 이후 여가를 즐기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참여자 간 네트워킹 채널을 제공한다. 야놀자는 초기 워케이션 운영을 통해 의외로 ‘외롭다’라는 피드백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4차에서는 참여자 간 네트워킹을 위한 디너파티를 주선했는데,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채널도 참여자들끼리 안면을 트고 자발적인 네트워킹 이벤트를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야놀자에서는 운영자와 참여자 간의 소통을 위한 비공개 슬랙 채널을 개설했는데, 채널의 역할이 공지사항 전달을 넘어 업무하기 좋은 카페, 관광정보 등을 공유하거나 같이 식사나 액티비티 체험을 할 동료를 찾는 소통 창구로 확장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넷째, 사람마다 원하는 것이 다름을 명심해야 한다. 개인별로 워케이션 참여 목적, 선호 하는 여가 활동, 취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맞춰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 어, 혼자 워케이션을 즐기는 사람과 가족이 함께 하는 사람이 원하는 룸타입이 다를 것 이다. 이 외에도 워케이션 기간, 액티비티 종류 등 개인별로 서로 다른 요구사항이 등장 할 요소는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운영자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별 요구사항의 수용 범위를 명확히 하여 운영상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워케이션 기간에는 여행과 일상생활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통의 여행보다 더 많은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기업이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는데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투입 자원 대비 워케이션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워케이션이 복지제도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워케이션이 인력 관리를 위한 효과적 방식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경영자의 도입 의지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워케이션의 부상을 가져온 펜데믹은 끝났다. 그렇다면 앞으로 워케이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를 단정지을 순 없다. 다만, 이대로 워케이션의 인기가 사그라들 수 있는 요인과 워케이션이 지속 확산되어 갈 가능성 모두를 살펴보고자 한다.
많은 기업들이 원격근무를 축소하고 있다는 점은 워케이션 확산의 장애요소가 될 수 있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요구하고 있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전면 사무실 근무보다는 일주일에 2~3일 정도 출근 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를 도입하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 워케이션의 대중화가 이뤄지 지 않은 국내 상황에서 원격근무의 축소는 워케이션 성장의 주요 장애물이 될 것이다.
국내에는 여전히 워케이션을 달갑게 보지 않는 시선이 적지 않다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워케이션 도입에 따른 기업의 이익은 비가시적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경영자들이 워케이션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휴가지에서도 일을 해야 된 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워케이션의 기회가 기업 구성원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점에 대한 불만 등의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또, 최근 각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워케이션 사업 에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만약 과도한 경쟁 상황 속에서 워케이션 사업 실패 사례가 다수 등장하게 된다면 워케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증폭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전환해 보면, 하이브리드 근무의 보편화가 워케이션 시장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이브리드 근무 제도 하에서도 주말을 포함한 3박4일 수준의 짧은 워케이션은 충분히 가능하다. 때문에 단기 워케이션을 중심으로 성장할 여지는 남아 있는 것이다. 또, 재 택근무를 종료 또는 취소하면서 그에 대한 보상으로 워케이션 제도를 확대 적용하는 기업 이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2023년 초 재택근무 제도를 폐지하면 서 기존에 운영하던 워케이션 제도의 참여 인원을 두배가량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12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일본 워케이션 시장이 2020년 699억엔에서 2025년 3,622억엔 규모로 매년 평균 39%씩 급성장13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일본 수준의 성장 기 반을 다진다면 워케이션을 미래 주요 관광자원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이 기업 복지제도에 의존한다면 워케이션 시장 성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따라서 단체 중심에서 개인으로 워케이션 대상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이 각자의 근무 형태나 재정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워케이션 상품이 제공되어 야 할 것이다. 또, 국내 워케이션 수요를 내국인으로 한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한국은 우수 한 IT 인프라, 대중교통, 의료 서비스 등 전 세계 디지털 노마드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요 소를 다수 갖추고 있다. 게다가 한국 정부도 2023년 내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전용 비자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민관이 협력하여 노력을 기울인다면 한국이 글로벌 워케 이션 성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워케이션 생태계 구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워케이션 생태계 는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기반으로 독창적인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로컬 스타트업과 이러한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워케이션 서비스 업체는 워케이션 지역 내 숙소부터 업무에 적합한 공유오피스나 카페, 각 종 액티비티, 교통편, 상점까지 지역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이면서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 어야 좋은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대형 여행사보다는 소규모 의 로컬 기업들이 유리하다. 여기에 로컬 기업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쉽게 검색, 비교, 구매할 수 있는 전용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워케이션 생태계 성장의 부스 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워케이션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숙박업체, 여행사, 콘텐츠 개발 스타트업, 플 랫폼 등 다양한 관광 사업자부터 정부/지자체, 지역사회까지 여러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모두가 합심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워케이션 산업을 육성해 낸다 면 대한민국이 관광대국으로 가는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본 내용 인용시 강소미(2023), 기로에 선 워케이션...앞으로 워케이션이 나아갈 방향은?, Yanolja Research Insights, Vol. 4.”로 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