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청 미국 퍼듀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야놀자리서치 원장 / [email protected]
최규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H&T애널리틱스센터장 / [email protected]
2024년을 마감하며 대한민국 관광산업을 돌아보면, 한 해 동안 도전과 기회가 공존했던 시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지속,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그리고 중국 경제 둔화 등 글로벌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은 우리 관광산업 전반에 다양한 위험 요인을 노출시켰다. 그러나 K-컬처의 세계적 유행은 한국에 대한 관심을 사상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단순히 인바운드 관광객 수의 증가를 넘어 한국의 문화,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독창적인 매력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킨 한 해였다. 이는 대한민국이 관광을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의 경쟁력과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를 완전히 극복한 2024년은 인바운드 관광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해였다. 기본적인 관광 명소를 보여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전통문화 등 체험형 관광을 활성화하였으며, 더 나아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보다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핵심적인 기초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12월 초 비상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은 2025년 대한민국 관광산업에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대한민국 관광산업은 팬데믹 이후 축적된 회복의 역동성과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을 바탕으로 세계적 관광대국으로의 도약이라는 기회를 여전히 품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과거의 성과와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여 향후 대한민국이 관광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다양한 측면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가 관광대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조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경제, 부족한 관광: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현주소
2022년 3월, 유엔 통계국은 대한민국의 국가발전 분류를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하였다. 이는 대한민국이 UN, IMF, OECD, 다우존스, S&P, FTSE 러셀 등 주요 국제기구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세계은행 역시 한국을 고소득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2021년 7월 UNCTAD는 한국의 지위를 개발도상국들이 포함된 그룹 A에서 주요 선진국들이 속한 그룹 B로 변경하였다. 이는 유엔무역개발회의 설립 이후 최초의 사례로, 대한민국의 경제적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성과와는 대조적으로, 대한민국 관광산업의 규모와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GDP 순위에 상응하는 규모의 관광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GDP 규모를 고려했을 때 관광산업의 비중이 현저히 낮다. 예를 들어, 2023년 대한민국의 GDP는 1.71조 달러로 세계 13위였으나, 관광산업의 GDP 기여도는 2.8%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기여도는 스페인(14.6%), 이탈리아(13.3%), 중국(10.9%), 미국(7.8%), 일본(7.5%) 등 주요 선진국의 관광산업이 GDP에 기여한 비중과 비교하여도 월등이 낮으며, 세계 평균인 10.4%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 관광산업의 한계 중 하나는 관광산업의 성장이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수준의 향상에 주로 의존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3년 관광발전지수 평가에서 한국은 119개 조사 대상 국가 중 14위를 차지하였다. 이는 2007년 42위에서 크게 상승한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그러나 관광발전지수를 구성하는 세부 지수를 살펴보면, 관광산업의 육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지수에서는 종합 순위에 비해 낮은 성과를 보였다. 예를 들어, 정부와 투자자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투자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여행·관광산업 우선순위(Prioritization of Travel and Tourism) 지수에서는 66위를 기록하였다. 또한, 외국 방문객에 대한 개방성을 측정하는 국제개방성(International Openness) 지수는 31위에 그쳤으며, 숙박, 렌터카 등 주요 관광 서비스 이용 가능성을 평가하는 관광객서비스인프라(Tourist Service Infrastructure) 지수는 29위를 기록하였다. 환경 자원의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력을 나타내는 환경지속성(Environmental Sustainability) 지수 역시 63위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높은 순위를 기록한 지수들은 관광산업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국가 경쟁력 요소에 의해 가능했던 항목들이다. 예를 들어, 통신 관련 인프라와 디지털 전환 수준을 측정하는 ICT 준비성(ICT Readiness) 지수에서는 5위를 기록하였고, 항공 교통 인프라를 평가하는 항공인프라(Air Transport Infrastructure) 지수와 육로 및 항구 교통 인프라를 평가하는 육상 및 항구 인프라(Ground and Port Infrastructure) 지수는 각각 15위와 11위를 기록하였다.
이처럼, 현재 대한민국의 관광경쟁력 순위는 경제 성장과 인프라 개선, 그리고 국가 위상의 상승에 의해 일정 부분 달성된 것이었다. 그러나 관광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항목에서는 대부분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관광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직접적인 관광 자원과 관광 인프라에 더욱 본격적인 투자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관광발전지수의 구성과 대한민국의 순위
관광수지 적자 극복: 인바운드 관광과 국내 관광 활성화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인바운드 관광산업은 1961년 관광사업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여러 정책적 노력과 올림픽 같은 주요 국제 이벤트를 통해 그 성장은 가속화되었다. 1968년에는 인바운드 관광객 10만 명을 유치하며, 1970년대부터 본격적인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와 함께 대한민국은 200만 명의 외래 관광객을 유치하는 성과를 기록하였으며, 1994년에는 ‘한국 방문의 해’ 행사를 통해 국제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한민국은 급속도로 성장하는 글로벌 관광지로 자리 잡았고, 2012년에는 인바운드 관광객 수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2019년에는 중국 관광객의 급증에 힘입어 1,750만 명이라는 역대 최고의 기록을 세우며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2024년에도 코로나 팬데믹에서 완전히 회복되어 10월 말 기준으로 1,374만 명을 기록하며, 2019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선전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인바운드 관광객 수 추이
그러나, 국가 경제의 급속한 성장과 함께 국민들의 해외여행 수요가 커지고,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관광이 아웃바운드 관광에 미치지 못하면서 관광 수입과 지출 간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2001년부터 계속되면서 우리나라의 관광수지는 만성적인 적자 상태에 빠져 있다.
대한민국 관광 수입과 지출 추이
우리나라 관광수지의 만성적 적자 상황을 단지 지정학적 또는 구조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일본과 홍콩처럼 과거 대한민국과 비슷한 관광수지 적자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고 흑자로 전환한 국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2000년대 초반까지 관광수지가 적자였으며, 2014년까지도 적자를 기록했지만, 국가 차원에서 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결과 2015년부터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2019년 일본의 관광 수입은 관광 지출의 두 배를 초과하는 460억 달러에 달했다. 홍콩 또한 2009년 이전까지 관광수지가 적자였지만, 같은 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지속적으로 흑자를 유지했다. 대만 역시 2011년에 처음으로 관광수지가 흑자로 전환되었고, 2014년까지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현재는 적자 상태로 돌아섰지만, 그 규모는 대한민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대한민국 관광수지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내국인의 급증을 지적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국인의 해외 관광 수요가 증가한 이유는 1인당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여가시간과 가처분소득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해외 관광 수요를 제도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따라서 관광수지 적자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하는 인바운드 관광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국내 관광 활성화를 통하여 내국인이 해외여행 대신 선택할 수 있는 국내에서의 매력적인 관광 대안을 제공해야 한다.
대한민국, 홍콩, 일본, 대만의 관광수지 추이
누구나 가고 싶은 서울, 현실적 장벽을 넘어서야
K-컬처의 전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서울은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주목받는 도시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Euromonitor)가 연례적으로 발표하는 가장 매력적인 100대 도시 순위에서 서울은 14위를 차지했다. 이는 작년 26위에서 12계단이나 도약한 결과이다. 비유럽 국가 중에서는 두바이(2위), 도쿄(4위), 뉴욕(8위), 싱가포르(11위)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글로벌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은 2022년도 세계인이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 4위에 올랐다. 이는 방콕(1위), 시드니(2위), 말라가(3위, 스페인)에 이어 높은 순위로, 에어비앤비는 이를 K-컬처에 대한 글로벌 관심과 호기심 증가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더불어, 글로벌 관광 매체인 글로벌 트래블러(Global Traveler)가 선정하는 "최고의 아시아 레저 도시" 순위에서도 서울은 2022년도 2위에 이어 2023년에는 1위로 선정되었다. 글로벌 트래블러는 2013년부터 매년 최고의 레저 목적지를 발표하고 있으며, 2023년 1위 선정 이유로 서울의 남산타워, 롯데월드 등 주요 관광지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레저 활동을 언급하였다. 이는 서울이 단순히 관광 명소를 넘어서 레저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실제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많은 장벽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지리적 특성상 육로를 통한 입국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은 항공이나 해상 교통에 의존해야 한다. 이러한 제한은 특히 장거리 여행객들에게 한국을 방문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한다. 더불어, 유럽이나 아세안처럼 여러 국가를 묶어 여행하는 경향이 강한 관광객들에게 한국은 단독 여행지로 매력을 어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서울을 곧 한국 전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에 기록된 한국의 인기 방문지 상위 10곳 중 9곳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이는 한국 관광지가 지역적으로 다양하지 못하며, 서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더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해외 여행 중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구글맵, 우버 등의 글로벌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기 어려운 한국의 디지털 환경은 중요한 장애물로 작용한다. 또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주요 언어 사용권이 아닌 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추가적인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과 관광 활성화의 제약 조건
ICT 강국의 역설: 한국 관광산업의 디지털 장벽
한국 관광의 여러 문제는 ICT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의 갈라파고스적인 IT 규제와 서비스 환경에서 비롯되고 있다. 전 세계 관광객들에게 필수적인 애플리케이션인 구글 지도, 그중 핵심 기능인 3차원 지도, 차량 경로 찾기, 도보 경로 찾기 등은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대한민국의 공간정보관리법에 따라 국내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 한국 정부와 구글은 해당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구글이 우리나라의 안보 시설을 흐리게 처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러한 IT 규제와 서비스 환경은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산업 성장에 있어서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관광객들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한국에서 보다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를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이를 인바운드 관광객들이 쉽게 이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공되는 외국어 서비스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 T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카카오맵은 한국어와 영어 서비스만 지원한다. 네이버 지도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지원 언어가 여전히 한정적이다. 반면, 구글 지도는 39개국 언어를 지원하며, 우버(Uber)는 44개국 언어를 제공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이용 가능한 그랩(Grab)도 9개국 언어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국내 플랫폼이 제공하는 언어의 다양성은 글로벌 기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인바운드 관광객들이 겪는 이러한 불편함은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를 통해 더욱 두드러진다. 일본의 경우, 구글 지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관광객들이 여행 계획 단계에서 사전에 즐겨찾기한 장소를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또한, 우버와 같은 글로벌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여 긴급 상황에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이는 일본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진입에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만, 베트남, 필리핀과 같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 또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해외 카드 결제 역시 용이하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의 인바운드 관광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한국이 글로벌 플랫폼 활용에 있어 보다 개방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편의성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가 관광의 함정: 한국 관광산업을 위협하다
대한민국을 관광하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패키지 가이드 투어는 많은 경우 저가형 상품으로 구성되어 있어 서비스 만족도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인바운드 관광객 한 명이 지출하는 금액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관광산업이 전반적으로 저가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관광산업의 품질 저하를 시사하며, 장기적으로 한국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년간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불편 신고를 분석한 결과, 80%의 신고가 가이드의 쇼핑 강요와 옵션 강요에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패키지 상품의 낮은 가격을 보전하기 위해 특정 판매점에서의 쇼핑과 관광서비스 옵션을 강요하는 여행사들의 전략을 반영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여행사들이 중저가 여행 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쇼핑과 옵션을 확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코로나19 이전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2019년 중국인 관광객의 방한여행 만족도 심층분석 보고서에서도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한국 여행 만족도는 점차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보고서에서는 중국인 단체 여행객들의 패키지 일정이 주로 무료 관광지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쇼핑몰이나 면세점 등에서의 체류 시간이 지나치게 길게 배정된 점이 주요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는 관광객들이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자연경관을 충분히 체험하기보다는 쇼핑 일정에만 묶여 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에서 진행된 포커스 그룹 인터뷰 결과,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기한 주요 불만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작은 매장에서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 제품을 가격표 없이 비싸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둘째,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물건만 구매하도록 강요받는 환경이다. 셋째, 긴 쇼핑 시간과 불친절한 가이드가 구매를 강요하는 점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인접한 선진국인 일본과 비교했을 때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이 낮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2022년 기준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재방문율은 77.2%였으나, 한국은 53.1%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한국 관광산업 일부 사업자들이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만 치중하고 관광객 만족도와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인천항/청주공항 입국 중국인 단체관광 패키지 사례
서울 중심의 관광 편중, 지역 관광 활성화 필요성의 이유
인바운드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은 서울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으며, 이는 지역적 분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편중 현상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다. 이는 주요 선진 관광대국들이 관광객을 국가의 다양한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는 최근의 글로벌 관광 추세와는 대조적이다. 한국 관광산업은 이러한 흐름에 맞추어 지역적 다양성과 분포의 균형을 개선하기 위한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반면, 일본은 지역적 분산을 효과적으로 이루고 있으며, 방한 관광객과 방일 관광객이 방문하는 도시의 비율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방일 관광객들이 일본의 다양한 지역을 찾는 것은 일본 정부가 지난 10년간 체계적으로 노력한 결과이다. 2014년 5월 일본창성회의에서 발표한 ‘마스다 보고서’는 지방 소멸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였고, 저출산, 인구 감소, 지방 인구 소멸이 일본의 주요 국가적 현안으로 부각되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바운드 관광 육성이 주목받았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각 지역별로 차별화된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을 설계하여, 인바운드 관광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아우르는 전략을 펼쳤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고 일본 전역의 다양한 관광권역을 방문하도록 유도하였다. 또한,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장기간 체류하며 여러 거점을 연결한 관광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였다. 이는 멀리 떨어진 국가의 관광객들에게 일본을 방문할 이유를 제시하는 효과적인 전략으로 작용했다.
2015년 6월, 일본은 인바운드 관광객들을 지방으로 유도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다양한 광역 관광 루트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 루트는 각 지역에서 공모를 통해 제안된 코스를 국토교통 대신이 심사하여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16년 4월에는 7개의 코스가, 2017년에는 추가로 4개의 코스가 공표되었다. 이러한 관광 루트는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강조하면서도 관광객들이 여러 지역을 연결한 여행을 계획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오사카 권역은 도쿄 권역에 버금가는 수준의 세계적인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으며, 또한 후쿠오카 권역과 삿포로 권역 역시 외래 관광객수가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는 한국 관광산업이 지역적 분포의 불균형을 해결하고, 관광객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역 관광 활성화가 왜 반드시 필요한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일본 광역관광 루트 지정 내용
아시아 관광의 부상: 대한민국 관광에 큰 기회를 열어주다
전통적으로 글로벌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던 대륙은 유럽이었다. 그러나 관광지 개발, 항공편 증설,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등장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시아 지역을 찾는 관광객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2005년 이후 다른 지역 대비 인바운드 관광객 수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는 전 세계 인바운드 관광객의 25%가 이 지역을 방문했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유럽과 유사한 수준의 주요 관광 목적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향후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UN TOURISM (구, WTO)의 보고서 Tourism Towards 2030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관광 목적지 중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또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공 여행 수요가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아시아가 글로벌 관광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으로의 관광객 증가는 여러 중요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첫째,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이 관광산업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발전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증가시켰으며, 이는 여행 및 관광에 대한 지출 여력을 확대시켰다. 이러한 경제적 성장 기반은 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둘째, 항공편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었다. 저가 항공사 (LCC, Low-Cost Carrier) 항공 노선의 증가와 항공편 운항 횟수의 증대는 관광객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을 더욱 쉽게 만들었다. 더불어, 항공권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행 비용이 감소하였고, 이는 아시아를 방문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조건을 제공하였다. 셋째, 아시아 지역의 여행 편리성 향상도 관광객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여러 아시아 국가들은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여 외국인 방문객들이 더 쉽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관광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다양한 언어로 제공되는 관광 가이드와 서비스는 비영어권 관광객들에게도 큰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개선은 특히 아시아를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넷째, 아시아 지역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의 등장은 관광객 유입 증가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아시아의 문화적, 역사적 명소는 차별화된 관광 경험을 제공하며, 전 세계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K-팝, 한국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새로운 문화 콘텐츠는 아시아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을 이끌어내며 관광 유입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관광의 매력: 한식에서 K-콘텐츠까지
외국인 관광객의 눈에 한국은 다양한 이국적인 요소를 갖춘 매력적인 관광 국가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은 음식, 문화유산, 쇼핑과 같은 전통적인 관광 유발 요소뿐만 아니라, 한국만의 고유한 K-콘텐츠와 관련된 독창적인 관광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자원들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미식 문화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을 찾는 인바운드 관광객의 67.6%가 미식 탐방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한식은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음식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 이는 한식이 상대적으로 기름지지 않고 천연 재료를 많이 사용하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으로 직화 구이 방식과 다양한 반찬, 채식 위주의 한정식은 외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막걸리와 같은 쌀 원료 발효주는 외국인들에게 독특한 미식 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한식을 넘어 한국의 K-푸드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전통적인 한식뿐만 아니라 라면과 같은 가공식품도 전 세계에서 점차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 음식은 한 번 학습되면 퇴행되지 않고 꾸준히 소비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관광 상품으로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다. 이는 베트남 쌀국수나 태국의 똠양꿍과 같이 처음에는 낯설어도 익숙해지면 자주 소비되는 특성을 보여준다.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태국과 같은 관광 대국들이 자국의 음식을 세계화함으로써 관광 산업을 강화한 사례는 음식이 관광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국 음식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를 기반으로 한식의 저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쇼핑 문화 역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을 제공한다. 한국은 백화점, 편의점, 복합 쇼핑몰 등 다양한 쇼핑 채널을 통해 관광객들에게 높은 편의성을 제공한다. 특히, K-뷰티와 K-패션은 가격 대비 품질이 뛰어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CJ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가 된 지 오래다. 또한 동대문 쇼핑몰의 최신 유행 패션부터 중저가 SPA 브랜드와 명품을 아우르는 백화점 쇼핑까지, 한국의 쇼핑 산업은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며 관광객들의 쇼핑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자연 경관 역시 한국 관광의 중요한 자산이다. 전국적으로 분포된 다양한 문화유산과 산, 들, 강, 섬을 포함한 자연경관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서울은 첨단 건축물이 들어선 도심에서 산, 강, 고궁, 문화유산, 현대식 건물이 조화를 이루며 다른 국가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규모가 큰 한강과 도시 중심부에 자리 잡은 남산을 꼽곤 한다.
한국의 독특한 대중문화도 외국인 관광객의 관심을 끌고 있다. ICT 및 게임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의 PC방 문화와 E-스포츠 경기 관람은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BTS를 필두로 한 K-팝 공연과 관련 굿즈,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소개된 한국 문화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려는 외국인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K-콘텐츠는 한국을 세계적으로 매력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방문 선택 시 고려 요인
K-팝으로 촉발된 한류, 관광산업 육성의 적기를 맞이하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 대중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K-팝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어 2018년 BTS가 빌보드 2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순간은 K-팝이 단순한 현상을 넘어 전 세계 주류 문화컨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코로나19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었던 시기에도 K-팝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그 인기를 더욱 강화했다. 2022년 데뷔한 FIFTY FIFTY는 데뷔 130일 만에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현재 K-팝은 싸이와 BTS 같은 특정 아티스트에 국한되지 않고, 하나의 음악 장르로 자리 잡아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K-팝의 글로벌 인기는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기준, 트위터에는 하루 평균 약 53억 개의 K-팝 관련 콘텐츠가 업로드되었으며,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에 따르면 2021년 K-팝 음원은 월평균 79억 7천만 회 이상 스트리밍되었다. 이는 K-팝이 디지털 시대의 강력한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현재 K-팝은 단순히 '한국인의 대중가요'라는 개념을 넘어섰다. 음악, 의상, 무대 연출, 댄스, 글로벌 멤버 구성, 뮤직비디오, 스타일 등이 결합된 하나의 종합 예술 형태로 그 의미와 범위가 확장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인이 없는 K-팝 그룹도 등장하고 있다. 이는 K-팝이 미국 힙합이 본고장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것처럼, 전 세계적인 대중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2020년에 데뷔한 K-팝 걸그룹 블랙스완은 모든 멤버가 외국인(벨기에인, 미국인, 독일계 브라질인, 인도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2년에는 7명의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걸그룹 XG가 한국에서 데뷔해 음악 방송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K-팝은 한국 문화의 글로벌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했으며, 그 영향은 음악과 방송을 넘어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의 위상까지 크게 끌어올렸다. 또한 K-팝과 같은 K-콘텐츠의 확산은 문화와 경제의 융합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음악과 방송 콘텐츠의 수출 확대뿐 아니라, K-뷰티와 K-푸드 같은 소비재의 수출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2017년과 2021년 사이, 한류와 관련된 소비재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은 13.7%로,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수출 증가율인 5.4%보다 약 2.5배 높았다. 이 중 문화 콘텐츠의 수출 증가율은 15.7%(음악 11.9%, 방송 11.8%), 화장품은 16.6%, 가공식품은 7.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한류 열풍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을 고려할 때, 한류를 기반으로 한 관광산업 육성은 현재 최적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대한민국, 신뢰받는 국가로 도약: 관광 대국의 가능성
과거 대한민국은 분단국가, 휴전 중인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기술, 의료, 그리고 다양한 사회 인프라의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도약했다. 글로벌 자산 자문 기업인 헨리앤드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발표한 2023년 여권 지수에 따르면, 한국 여권은 전 세계 227개국 중 192개국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여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영향력 있는 여권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지닌 외교적 영향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한국은 경제 방어와 방역 측면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며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쌓았다. 이는 인바운드 관광을 활성화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 경제 방어 역량을 살펴보면, 2020년 OECD 국가의 GDP가 평균적으로 7.6% 감소한 것에 비해 한국의 GDP 감소율은 0.8%에 그쳤다. 이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보여준다. UNDP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사례를 높이 평가하며 별도의 온라인 세미나를 통해 이를 국제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제적, 방역적 역량뿐 아니라 사회 인프라 경쟁력도 글로벌 상위권에 속한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IMD World Competitiveness Booklet 2023에 따르면, 한국의 인프라 경쟁력은 세계 16위를 기록하며 프랑스(17위), 영국(22위), 일본(23위), 이탈리아(30위) 등 G7 국가를 능가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외국인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공항 인프라의 경우, 2023년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공항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며 한국의 사회 인프라 수준을 세계에 알렸다. 이러한 사회적 기반은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 신뢰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관광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디지털 기술 역량이다. 한국은 첨단 ICT 강국으로서 이러한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5G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나라이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및 전자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영토 면적은 작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나라이다. 또한, 플랫폼 경제 시대에 네이버, 카카오, 야놀자와 같은 로컬 플랫폼 기업들이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경쟁하며 비즈니스 역량을 입증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이다. 이러한 기술적 강점은 한국이 관광 대국으로 도약하는 데 중요한 기초 인프라로 작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완전히 벗어난 현재 시점은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의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팬데믹 동안 억눌렸던 글로벌 여행 수요를 매력적인 관광지와 경쟁력 있는 상품을 통해 끌어올림으로써 대한민국의 관광을 활성화해야 한다. 모든 기회에는 적기가 있다. 지금이 바로 관광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때이다. 관광산업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넘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 전략 산업이다. 또한, 관광산업은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경기 침체와 지방 소멸 문제를 완화하고 자영업 수익성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관광 대국 도약의 조건: 관광 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바라 보아야
대한민국 정부는 매 시기마다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이를 하나의 국가적 전략 산업으로 바라보고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접근은 다소 부족했다. 1954년 이승만 정부 시절, 육운국 산하에 최초로 관광과를 설치하며 관광 관련 조직을 설립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에는 관광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정책적 우선순위와 예산 배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에는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을 통해 10대 관광권을 설정했지만, 제조업 중심의 고성장 정책에 밀려 관광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순위로 다뤄졌다. 1998년 김대중 정부는 관광산업을 21세기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행정기구를 확대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문화체육부의 명칭을 문화관광부로 변경하고, 관광 관련 조직을 국토교통부에서 문화관광부로 이관하여 부 단위로 승격시켰다. 이는 관광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와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환점이었다. 1990년대 이전에는 관광이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국가 개발 수단으로 여겨졌으며, 국토교통부 산하에서 타 산업 대비 육성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낮았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삶의 질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면서 관광산업은 문화산업의 하위 항목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이는 관광산업이 일관된 방향성과 장기적인 전략 없이 그때그때의 정책 흐름에 따라 육성되거나 개발되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관광산업을 국가 개발의 핵심 산업으로 재조명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관광 리더십을 구축하고, 다양한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해야 한다. 이는 관광산업을 전략적으로 발전시키고 국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방향이다. 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제조업과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롱테일(Long-tail) 산업으로서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련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정부의 역할이다. 제조업의 경우, 소수의 대기업에 자원을 집중하고 시장 내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 주요 전략이었다. 반면, 인바운드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국내 사업자들 간 무한경쟁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광산업은 관광객이 한국에서 경험하는 모든 관광 요소의 총합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형성한다. 따라서 관광객들이 체험하는 전체 가치사슬의 수준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제조업이 완제품을 수출하는 산업이라면, 관광산업은 글로벌 관광 수요를 가진 사람들에게 한국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독창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실현하는 산업이다. 관광객들에게 실제로 좋은 경험이 제공되고 있는지, 관광객들이 무엇을 선호하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면밀히 관찰하며 산업 혁신을 유도하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될 때, 관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관광산업은 단순히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넘어 한 국가의 격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고양시키는 핵심 산업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현재의 관광지 개발 및 홍보 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관광산업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진정한 관광 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글을 마치며…
2025년 대한민국 관광산업은 새로운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그동안 우리는 K-팝, K-뷰티, K-푸드 등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성공과 ICT 강국으로서의 기술적 경쟁력을 통해 전 세계로 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한국 관광산업이 진정한 글로벌 관광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특정 도시나 자원에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 국가 전역의 지역적 균형 발전과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시행 하여야 한다. 관광산업은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국가 브랜드를 높이고 지역 사회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따라서 2025년 대한민국 관광산업은 지역 관광 활성화와 품질 중심의 경쟁력 강화라는 두 가지 핵심 방향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첫째, 일본의 광역 관광 루트와 같은 지역 분산 전략을 도입하여 서울 중심의 관광 편중을 완화하고, 각 지역의 고유한 매력을 살린 체험형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를 통해 관광객들이 특정 도시에 집중되지 않고, 한국 전역의 다양한 매력을 경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둘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겪는 전반적인 여행 경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롱테일 산업으로서의 관광에 속한 모든 가치사슬을 강화하며, 모든 서비스 요소를 고르게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이 다시 한국을 찾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종합하면, 대한민국이 관광대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단기적인 수익 창출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관광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에 달려 있다. 이는 단순히 관광대국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품격 있는 문화대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길이기도 하다. 이제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협력과 혁신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한국 관광의 미래는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