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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4 관광, 침체된 지역경제 깨운다

이관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안예진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윤효원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최근 글로벌 경제에서 관광 산업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여행관광협회(World Travel & Tourism Council, WTTC)에 따르면, 2019년 여행 및 관광 산업은 전 세계 일자리의 10.5%(3억 3,400만 개)를 차지했으며, 세계 GDP의 10.4%(10조 3천억 달러)에 기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3년에는 관광 산업의 세계 GDP 기여도가 9.1%를 기록하며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관광이 단순히 여가와 휴식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국가 경제의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관광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한 국가들은 경제 성장과 지역 발전을 동시에 촉진하며, 국가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로 관광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남유럽 4개국(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이 있다. 이들 국가는 2010년 유럽 재정 위기의 중심지로 지목되며 ‘PIGS’라는 별칭으로 불렸지만, 팬데믹 이후 관광 산업의 회복을 기반으로 유럽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 역시 관광 산업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1990년대 초반 버블경제 붕괴 이후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진 일본은 관광을 경제 회복의 주요 전략으로 삼았다. 일본 정부는 관련 법률 제정, 사업 추진, 조직 개편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그 결과 인바운드 관광객 수는 2014년 1,341만 명에서 2019년 3,188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2023년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의 약 79%까지 도달했고, 2024년에는 3,338만 명으로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일본은 지역 관광 개발을 통해 도쿄에 집중되었던 관광 수요를 전국적으로 분산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기준 일본 인바운드 관광객의 도도부현별 방문율을 2011년과 비교하면, 도쿄 외 지역의 관광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으며, 2023년 기준으로도 다수의 도시에서 방문율이 30%를 상회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는 관광 산업이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경제 구조를 변화시키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나라도 인구 고령화와 지방 소멸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만큼, 일본의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이 크다.

 

 

실제로 야놀자리서치의 “지역관광의 경제효과와 활성화 방안” 연구에서도 관광 산업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역 내 관광객 수가 1% 증가할 때 도(Province) 단위 광역지자체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0.11%, 전체 사업체 수는 0.09%, 서비스업 사업체 수는 0.15%, 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0.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특별시 및 광역시 등 도시 지역에서는 이러한 경제적 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제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수준에서 지역 관광의 경제적 파급 효과를 분석하고, 일본의 지역 관광 활성화 사례를 심층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한국의 지역 관광 활성화 조건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관광 산업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위한 정책적 시사점을 탐색하고자 한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지역경제 파급효과 분석
지역 관광의 경제적 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산업연관분석법을 활용하여 관광객 증가에 따른 경제 파급 효과를 살펴보았다. 관광객 유입에 의한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기초자치단체(시∙군∙구) 수준에서 정량적으로 산출한 결과, 관광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본격적인 분석 결과를 제시하기에 앞서, 경제 효과 분석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산업연관분석의 개념을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산업연관분석(Input-Output Analysis)은 특정 산업의 성장이 다른 산업 및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기법이다. 관광 산업의 경우, 관광객의 소비가 숙박, 음식, 교통, 문화, 쇼핑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이러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의 관광객이 증가하면 숙박업이 활성화되고, 이는 곧 식음료업, 세탁업, 인테리어 업종까지 연쇄적으로 수요를 증대시키는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직·간접적 효과를 분석하는 것이 산업연관분석이며 이를 세 가지 주요 효과로 나누어 분석할 수 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기초자치단체 (시∙군∙구) 수준에서의 지역경제 파급효과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자. [표1]은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2019년 대비 2023년에 관광객이 증가한 총 31개 지역의 경제파급효과를 보여주는 표이다. 2023년 기준으로 2019년 대비 가장 높은 관광객 수 증가율을 보인 양양군의 경우 생산유발효과가 2,027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867억원 높아졌고 취업유발효과도 2019년 1,194명에서 2023년 3,361명으로 2,167명 증가하였다. 

 

 

실제로 통계청 지역별고용조사 데이터를 살펴보면 양양군의 취업자수가 2019년 3만 1천명에서 2023년 3만 4천명으로 3천여명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양양군의 2019년 기준 지역내총생산이 9,860억원 수준임을 고려했을 때 관광객 증가에 의한 2천억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 증가는 지역 내 소득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30개 지역에서 관광객에 의한 2023년 생산유발효과는 작게는 6백억원 수준에서 많게는 7천억원 수준까지 측정되었으며, 그에 따른 지역 고용효과 또한 많게는 8천여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관광 산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전략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수도권 중심 관광에서 지역관광으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관광 산업은 생산 유발, 부가가치 창출, 그리고 취업 창출 등 여러 측면에서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향후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이끌어갈 중요한 동력으로서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최근 전 세계적으로 K-콘텐츠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관광 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활용하여 관광을 국가의 핵심 전략 산업으로 인식하고, 우리나라가 가진 자연경관, 문화유산, 지역 특색 등 기존의 전통적인 관광 자원을 적극 활용하여 전국적인 관광 활성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 관광 수요는 수도권 집중 현상과 지방 관광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은 10년 전에도 외래 관광객 방문율이 80%를 넘었으며, 2023년에도 부산과 62.7%p 차이를 보이며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5개 지역은 서울 방문율의 1/4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관광 인프라와 홍보의 부족, 지역 간 경제적 불균형 등의 문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중심의 관광 수요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일찍이 지역관광 활성화에 성공한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지역관광 활성화 전략에서 배우다
일본은 일찍이 인구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인구 집중에 따른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관광을 전략적으로 육성하였다. 2015년 일본 관광청 주도로 도입된 DMO(Destination Management/Marketing Organization; 관광목적지관리기구) 등록 제도는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체계화된 기반을 마련하는데 크게 일조하였다. 지역별 DMO를 중심으로 지역관광 전략을 수립하고, 프로모션을 추진하며, 이해관계자 간 협력 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일본은 각 권역별로 관광자원을 발굴 및 관리하며, 이를 토대로 지역별 특화된 관광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의 관광 인프라는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2013년부터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단기 체류 무비자 입국을 확대하며 방일 수요가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또한 2000년대에는 22개의 국제공항을 건설하여 비수도권 지역으로의 접근성을 높였다. 주요 관광지에서 벗어난 지역 관광지에 대해서는 지방공항이나 거점도시 기차역까지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교통비 절감 정책인 관광패스를 도입하는 등 지역 교통 인프라를 개선해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지속적으로 유도한 점이 특징적이다.

 

일본 지역관광의 핵심은 각 지역이 보유한 관광 자원을 활용해 명확한 관광 테마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는 북쪽의 특성을 살려 스키와 겨울 자연 경관을 앞세운 관광지로 브랜딩되었고, 오키나와는 온화한 남쪽 지방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강조하여 해양 스포츠 중심의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일본은 2015년 방일 관광객의 지역 분포를 확대하기 위한 광역관광 루트 개발을 시작으로 지역별 테마화를 본격화했으며, 이를 통해 관광객의 다양한 경험 수요를 충족하고 지역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였다.

 

대한민국 지역관광 활성화의 조건
우리나라도 체계화된 정책과 민관 협력을 통해 지역별 특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관광 수요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관광 거버넌스, 정책, 인프라, 관광 상품 및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대한민국의 현황을 점검하고, 잠재력을 평가한 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실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1.관광 거버넌스 강화
먼저 정부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서 관광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하고, 지역 DMO 및 지자체를 중심으로 지역 간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통령 주재 회의를 통해 범국가적인 실행 동력을 확보하고, 관광 의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관광이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역별 DMO는 지역 관광 주체 간 협력의 중심 역할을 하며, 중앙 정부와 지역 간 협력의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DMO는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며, 지역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통해 지속적인 소통을 이끌어내야 한다.

 

2.권역 중심의 연계 관광 활성화
정책 측면에서는 권역 중심의 연계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현재 우리나라 관광은 서울, 부산 등 소수의 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며, 지역 간 여행 수요 쏠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권역별로 관광 거점을 조성해야 한다. 전략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소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형태의 지역관광 활성화 전략인 ‘허브앤스포크’ 모델을 참고하여 허브(Hub)로 기능하는 관광 거점을 조성해 인근 지역인 스포크(Spoke)로의 진출을 도모하는 것이다. 각 지역의 독특한 자원을 기반으로 한 거점 육성은 관광객에게 새로운 관광 경험을 제공하고 선택의 폭을 넓혀주며, 주변 지역으로의 연계관광은 이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매력적인 소도시를 소개함으로써 방문객의 흥미를 자극하고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다.

 


3.지방 교통 인프라 개선
인프라 측면에서는 국내 입국부터 본격적인 관광까지 여행의 전 과정에 걸쳐 외국인 관광객의 편의를 고려한 지방으로의 교통편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선 지방공항을 활성화함으로써 수도권 공항에 집중된 여행객 수를 분산시키고, 외국인 관광객의 지방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 관광지로의 이동 부담 경감을 위한 편리한 교통 인프라가 마련되어야 한다. 관광 패스 및 셔틀버스 등을 도입하여 외국인 관광객의 이동 부담을 줄이고, 지방 방문을 유도해야 한다.

 

4.지역별 특화 관광상품 개발
각 지역이 보유한 관광자원을 기반으로 독창적인 테마를 설정하고, 관광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 서울, 부산, 제주 중심의 관광 패턴을 벗어나 지역별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관광 개발 기반을 마련하고, 민간 기업은 창의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글을 마치며
오늘날 관광 산업은 단순한 여가 활동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균형 발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본 연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관광객 수 증가는 지역 내 생산 유발, 부가가치 창출, 고용 확대 등 다양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오며,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관광 개발 전략과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방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거버넌스 구축, 인프라 개선, 지역 맞춤형 관광 콘텐츠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별 독창적이고 차별화된 관광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관광객의 발길을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로 확산시킬 수 있다.

 

대한민국 역시 글로벌 관광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별 차별화된 관광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수도권 중심의 관광 패턴을 넘어 전국적으로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고, 관광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며, 정부, 기업,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여 관광산업을 국가적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야 한다.

 

관광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한다. 지속 가능한 관광 개발과 혁신적 전략을 통해 관광이 한국 경제 전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심도 있는 연구와 정책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관광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우리는 관광 산업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나가야 하며, 이제 그 출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