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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6 생활숙박시설의 현황과 과제

생활숙박시설의 현황과 과제

 

손자영  야놀자리서치 부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요즘 생활숙박시설에 대한 논란이 다시 뜨겁다. 2010년 대법원이 서비스드 레지던스의 숙박영업을 불법으로 판단한 이후, 레지던스 업계는 합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2012년 1월에는 숙박업을 기존의 숙박업 (일반, 취사시설 제외)과 새로운 형태의 숙박업 (생활, 취사시설 포함)으로 구분하는 내용의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졌다. 그리고 2013년 5월에는 건축법 시행령이 숙박시설을 일반숙박시설과 생활숙박시설로 구분하도록 개정되었다. 이로써 국내 레지던스 호텔은 '생활숙박시설' (이하 '생숙')로 분류되어 법적 기반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생숙을 적법한 용도 변경 없이 주거용 건축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1년 10월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생숙을 오피스텔 등 주거 가능 시설로 용도를 변경할 것을 안내하고, 2년 간의 계도기간 동안 이행 강제금 부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3년 10월 14일로 유예기간 종료일이 다가오면서 현재 주거용으로 사용 중인 생숙은 오피스텔로 전환 또는 숙박시설로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브리프 이번 호에서는 국내 생숙 시장의 현황과 쟁점을 살펴보고, 생숙이 숙박시설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생활숙박시설이란
생활숙박시설은 serviced residence, 흔히 레지던스라 불리는 숙박시설로서 공중위생관리법 제4조에 따르면 ‘손님이 잠을 자고 머물 수 있도록 (취사시설이 포함된) 시설 및 설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으로 정의된다. 생숙은 일반 숙박업과 다르게 객실 내 취사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장기체류에 적합하다. 한마디로 호텔에 주거용 오피스텔의 장점을 결합한 숙박시설이라 할 수 있다.

생활숙박시설의 탄생과 성장

 

생숙의 전통 수요층은 장기체류 고객군
생숙은 국내에서 레지던스 호텔이 합법화되면서 탄생했다. 레지던스 호텔이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88년으로, 스위스그랜드호텔이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한국의 복잡한 주택 계약 방식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취사 시설이 갖춰진 레지던스는 큰 환영을 받았고, 1990년대 중반까지는 객실 점유율이 90% 이상이었다고 한다.1 그때부터 장기 체류하는 출장자나 주재원, 그리고 직장과 가까운 곳에서 거주하길 원하는 직장인들은 생숙의 주요 고객층이
되었다. 현재도 여의도, 중구, 강남 등 기업들이 집중되어 있는 도심 지역에서는 이러한 장기 체류 출장자나 직장인들을 위한 생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일시적으로 장기 숙박이 필요한 고객층, 이를테면 의료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병원 치료를 위해 근처에 머무는 환자와 가족, 방학 중 입시 준비를 위해 수도권에 머무는 학생, 재개발이나 리모델링으로 집을 비워야 하는 가정 등 다양한 이유로 장기 체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 역시 팬데믹 이전부터 생숙의 핵심 고객층이었다. 

 

최근엔 실거주자, 관광객 등으로 생숙 수요층 확대 

최근 생숙의 수요층 확대는 크게 두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호텔 대체 숙소에 대한 수요와 주거용 시설에 대한 수요이다. 

먼저 호텔 대체재로서의 생숙 수요의 증가 요인을 살펴보자. 팬데믹의 장기화에 따라 화상회의, VPN 등 원격 근무 관련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고, 이는 곧 사무실에 구애받지 않는 디지털 유목민의 증가로 이어졌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환경의 발달과 더불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워라밸의 추구는 휴가지에서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병행하는 워케이션(Workcation)과 '한 달 살기', '보름살기' 같은 장기체류 수요를 증가시켰다.

아래 국내 포털사이트 검색량 그래프에서 나타나듯 '한 달 살기', '보름살기' 등의 장기체류 관련 검색량은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상승하였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2023년 2분기 이후에도 높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 이상씩 집을 떠나려는 여행객들이 취사시설이 포함되어 있는 생숙을 선호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근 부산 해운대나 강원도 속초, 양양 등을 위주로 개발된 하이엔드 생숙들은 호텔 이외의 숙박 옵션을 찾는 관광객들의 단기숙박 수요도 흡수하고 있다. 이런 프리미엄 생숙들은 오션뷰, 마운틴뷰 등 좋은 위치나 복합 리조트 내에 자리잡아, 집 같은 편안함 속에서 호캉스를 누리려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더불어 호텔 수준의 서비스와 어메니티는 물론, 스튜디오형, 패밀리형, 스위트룸 등 다양한 크기와 스타일의 객실을 제공해, 호텔 객실 하나로는 숙박이 어려웠던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둘째로, 생숙은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신고가 필요한 숙박시설임에도, 적법한 용도변경 없이 주거시설로 사용되는 경우가 증가했다. 시행사는 장기숙박과 실거주의 구분이 모호한 점을 이용, 생숙을 주택처럼 사용할 수 있다고 광고하며 많은 분양자들을 모집했다. 그 외에도 '10% 수익률 확정'이나 '월 70만원 보장'과 같은 허위 · 과장광고를 통해 아파트를 대체할 투자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자극했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강화된 주택과 오피스텔 규제, 증가한 유동자금, 팬데믹 기간 동안 급등한 집값 등은 생숙을 틈새투자상품 혹은 대체 주거시설로 주목받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분양권 전매를 통한 단기차익을 추구하는 투기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서울과 부산 등의 일부 지역에서는 생숙의 청약 경쟁률이 네 자릿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 238가구 모집에 10만 8,392건의 청약이 접수되어 45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부산 해운대구의 '힐스테이트 해운대 센트럴'이나 6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강 서구 마곡동의 '롯데캐슬 르웨스트'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름만 ‘숙박시설’인 주거시설이 전국 주요 도시와 관광지로 확대된 것이다.

 

그렇다면 생숙은 어떤 점에서 주거시설과 차이가 있을까? 생숙은 숙박을 위한 상업시설로서,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과 달리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는다. 아파트가 들어설 수 없는 상업지역이나 준주거 지역에 건설되며,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또한, 청약 통장 없이도 만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청약이 가능하고, 분양권의 전매도 가능하다.

생활숙박시장의 현황
 

전국 생숙 8만6천여개 호실 등록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1년 12월 기준으로 공중위생법상 생활숙박업으로 등록된 건수는 3천 9백여 개이며, 이에 해당하는 호실 수는 약 8만 6천여 개다. 2012년 이후 호실 기준으로 매년 17.8%씩 성장해온 셈이다.

수익형 생숙시장은 부산 지역의 성장이 두드러져

위 그래프는 2019년 이후 야놀자에 등록된 생숙의 지역별 매출 추이를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부산 지역 생숙 매출의 성장으로, 전국 대비 2019년 1분기 19%에서 2023년 2분기 36%로 그 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서울 지역의 생숙 매출은 2019년 전국 생숙 매출의 46%를 차지하였으나 2023년 2분기에는 그 절반인 23%로 감소했다. 이는 부산 지역 생숙 공급량이 급증한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야놀자에 등록된 부산 지역 생숙 업체 수는 동기간 3.6배 증가한 반면 서울 지역 생숙 업체수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부산은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2020년 엘시티, 2021년 해운대 힐스테이트 센트럴, 2022년 오시리아 스위첸 마티에 등 대형 프리미엄 생숙 업체들이 오픈하였으며, 해운대를 중심으로 비스타 오션 헤리티지, 빌리브 패러그라프, 롯데캐슬 드메르 등 또다른 하이엔드급 생숙들이 2024년 오픈을 앞두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지역 전체 생숙은 작년 12월 기준 86동 7856호실에 향후 21동 8107호실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이중 80% 이상이 해운대, 광안리 해수욕장과 부산항, 북항 일대 등 해안가를 따라 밀집해 있다.2

 

생활숙박시설을 둘러싼 쟁점과 전망

 

주거시설로 전환은 쉽지 않아

앞서 설명한 대로, 생숙이 주거 목적으로 잘못 사용되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라 정부는 2021년 10월 발표한 「생활형숙박시설 불법전용 방지 방안」을 통해 신규로 지어지는 생숙의 불법 주거 사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기존에 주거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생숙에 대해선 2023년 10월 14일까지 2년의 유예 기간을 주고,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용도를 변경하도록 안내했다. 유예 기간 후에는 주거용 생숙에 대해 시가표준액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과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거용 오피스텔과 생숙은 주차면수, 소방법을 포함한 안전기준, 지구단위계획 등 건축 요건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이미 지어진 생숙을 오피스텔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에선 한시적으로 오피스텔 건축기준 일부를 완화하여 적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용도변경 조건을 만족시키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분양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용도변경을 위해선 해당 건물 내 모든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아야할 뿐 아니라 특히 주거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에 지어진 생숙의 경우, 형평성을 이유로 해당 지자체에서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난색을 표하는 곳이 많아 용도변경이 실제로 이뤄진 곳은 작년 기준 전국 8만 6천여실 중 1% 조금 넘는 1,033실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3

용도변경 유예기간 종료 후에도 갈등은 지속될 전망
주거용 생숙의 용도변경 2년 유예기간이 곧 만료될 예정이다. 숙박시설 아니면 주거시설로 용도를 결정해야 하는데 입주민 100%의 동의를 얻는 첫 단계부터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엘시티 레지던스처럼 한 건물에 주거형과 숙박형 생숙이 공존하는 시설의 경우 입주민과 숙박업을 운영하는 소유주 간 갈등은 더욱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4 최근 부산과 제주에서 지자체와 입주민들 간의 협업으로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에 성공한 사례가 나왔지만,5 입주민들 간의 의견이 일치하더라도 지구단위계획의 변경, 주차면수 확보, 그리고 소방 및 장애인 편의시설의 확충과 같은 문제들이 남아있어 유예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관련자들 사이의 갈등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생숙의 숙박업 운영 시 부딪히는 난관들
현재는 생숙을 분양받은 개인이 시설을 숙박용도로 운영하려 해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숙박업으로 건물의 일부를 운영하려면 객실 수가 30호실 이상이거나 영업장이 해당 건물 연면적의 1/3 이상을 차지해야 하는데 개인이 이러한 요건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소방교육 및 위생관리 의무도 준수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개인 숙박업의 난립을 막기 위해 개인의 생숙 운영 자체를 허용하지 않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수분양자 대다수는 전문 위탁운영사를 통해 운영하게 되는데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소규모 운영사들의 관리 미숙으로 객실 가동률이 떨어지거나 약속된 임대수익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자주 발생하여 수분양자와 위탁운영사 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현재 생숙은 하이엔드급 위주로 개발이 활발
주거형 생숙과는 별개로, 숙박업으로 운영되는 수익형 생숙은 관광수요의 회복과 함께 부산과 강원도 같은 주요 관광지를 중심으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급 생숙의 공급 증가가 두드러진다.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일기 시작한 럭셔리 여행관광상품 바람은 생숙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빌리브 패러그라프'와 '비스타 오션 헤리티지'가 건설 중이고, 동구에서는 1221세대 규모의 '롯데캐슬 드메르'가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강원도 속초에도 대형 건설사들이 주도하는 프리미엄 생숙들이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2021년 하반기에 준공된 1000실 규모의 아파트급 생숙 ‘체스터톤스 속초’를 시작으로, 한화건설이 시공하고 글로벌 호텔 리조트 그룹 반얀트리가 위탁 운영하는 ‘카시아속초’가 이번 하반기에 준공 예정이다. 또한 신세계 건설이 시공하고 글로벌 호텔 체인 윈덤그룹이 위탁 운영하는 5성급 생숙 ‘윈덤 강원 고성’과 GS건설의 계열사인 자이S&D가 분양 중인 ‘속초 자이엘라’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지역 생숙 시장에는 여의도, 종로, 강남 등 사무실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장기투숙객을 대상으로 한 중소형 (전용면적 40-120m2) 프리미엄 생숙들이 운영되거나 개발 중이다. 여의도 금융 중심가에 있는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는 메리어트 호텔이 직영하는 프리미엄 생숙으로, 올해 초 가족호텔 5성 등급을 획득했다. 현재 분양 중인 얀트리 그룹의 ‘앙사나 레지던스 여의도’ 역시 5성급 호텔 서비스를 지향하는 하이엔드 생숙으로,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시설은 전용 피트니스, 수영장, 사우나 등의 고급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반려동물 케어, 조식 제공, 하우스키핑, 콘서트 예약 등 다양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 세운상가 일대에는 세운 지구 재정비의 일환으로 ‘푸르지오 그래비티’가 들어선다. 756실 규모로 광화문과 을지로 업무지구의 장기투숙객을 겨냥한 프리미엄 생숙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최근 준공되거나 건설 중인 생숙 사례에서 보듯, 신세계 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동원개발 등 생숙 시장에 뛰어드는 대형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또한, 메리어트, 반얀트리, 윈덤과 같은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국내 위탁운영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 핸디즈, 홈즈컴퍼니와 같이 국내 생숙 위탁운영업체들이 전문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해외도 장기체류형 숙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
북미에서도 취사시설이 포함된 숙박시설인 익스텐디드 스테이(extended stay) 호텔과 서비스드 아파트(serviced apartment, 이하 ‘서비스드 아파트’)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과 메리어트는 2023-2024년 사이에 새로운 아파트호텔 브랜드 런칭을 계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얏트와 윈덤 역시 올해 상반기에 익스텐디드 스테이 타입의 신규 브랜드를 각각 런칭했다. 

 

레져와 출장을 결합한 여행(blended travel)이 증가하고 미 정부의 공공 인프라 투자 계획 발표로 건설노동자 및 관리감독들의 장기출장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미에서 장기체류형 숙소에 대한 수요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드 아파트는 익스텐디드 스테이 호텔보다 더 집에 가까운 형태로, 우리나라의 생숙과 유사한 시설이다. 일반적으로 익스텐디드 스테이 호텔보다 더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어메니티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장기출장자나 주재원들을 대상으로 기업과 계약을 맺고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상시 원격근무를 하는 기업 수는 줄었으나, 하이브리드 근무와 출장과 여행을 결합한 블렌디드 여행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장기체류의 수요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 기관 유로모니터는 2021년 1,500억 달러의 글로벌 블렌디드 여행시장 규모가 2027년에는 3,600억 달러로 두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6, 가트너는 2023년 말까지 하이브리드 형태로 일하는 지식근로자의 비중이 39%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7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2023년 글로벌 서비스드 아파트 시장을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52%가 2020년 이후 주재원들을 위한 서비스드 아파트 사용 빈도를 증가시켰다고 응답했고, 2021년에 시행된 출장 중 39.2%가 8박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8

 

숙박업으로 생숙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한국형 레지던스 생숙의 새로운 역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국형 레지던스인 생숙, 원래 취지대로 숙박시설로 운영할지 아니면 주거시설로 전환할지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 곧 다가온다. 어느 쪽을 택하든, 일정 부분은 숙박시장의 신규 진입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23-2024 한국방문의 해'를 선포하고 2027년까지 외래관광객 3천만 명 유치를 위한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비전은 'K-컬쳐와 함께하는 관광매력국가'이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K-팝, 드라마, 영화를 현지에서 직접 느끼고 즐기기 위해 수백만 명의 젊은 해외 관광객들이 매년 한국을 찾고 있다. 실제로 2022년 한국을 방문한 해외 관광객 중 10-30대는 168만 4천명으로 전체 외래관광객의 약 60%를 차지한다. 그렇다면 이들 젊은 여행객들은 주로 어디에서 숙박할까? 에어비앤비 아니면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처럼 가성비 좋은 숙소일 것이다. 하지만 2022년 말 기준 전국에 등록된 호스텔은 755개로, 객실 수로 따지면 호텔업에 등록된 전체 숙박시설 중 8%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호텔보다 저렴 하면서도 안전하고 취사시설까지 포함되어 있는 생숙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며, 관광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생숙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려할 사항
숙박시설로서의 생숙은 여행객에게 분명한 장점을 제공한다. 유례없는 유연한 근무환경과 경험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마인드셋은 팬데믹 이후 다시 열린 하늘길과 함께 국내 여러 지역의 관광수요를 촉진시킬 것이다. 집과 같이 편안하게 음식을 준비하면서 지낼 수 있는 안락함, 고급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사이즈의 옵션을 제공하는 생숙은 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에 생숙이 더욱 경쟁력 있는 숙박시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려해볼 사항들을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장기 체류형 수요부터 단기 숙박 수요까지 목표로하는 생숙은 이제 호텔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관계가 되었다. 그렇다면 취사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 외에 생숙이 브랜드 호텔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차별화 지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단순히 하이엔드 시설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생숙의 입지, 주변 환경, 예상되는 수요층의 특성 등을 고려하여 포지셔닝 하고, 그에 맞는 위탁운영사를 선정해야 한다.

 

또한 단일 브랜드의 매니지먼트팀이 모든 객실을 관리하는 호텔과 다르게, 국내 생숙은 한 건물에 여러 운영업체가 함께하는 경우가 많아, 전(全) 객실 단위의 프로모션 또는 중장기 운영계획 수립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숙박업은 주기적인 리모델링을 통하여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산업이다. 그러나 생숙은 다수의 분양자가 소유권을 가진 집합건물로, 주기적인 시설 투자에 관한 의견이 분양자 간 다를 수 있으며, 브랜드 평판과 서비스 수준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소유자간 원활한 협의를 상시화 할 수 있는 관리단의 효율적 운영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메리어트, 반얀트리, 윈덤 같은 글로벌 호텔 체인들이 생숙 위탁운영을 시작했는데, 다수의 위탁운영사에 의해 관리되는 여타 생숙과 비교하여 장기적인 수익률, 객실 점유율, 브랜드 가치 등에서 어떠한 차이를 나타낼 지 향후 면밀한 분석과 조사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한 생숙 시장, 과열 투자 시기에 분양된 많은 시설들이 수년 내에 오픈하고 나면 숙박시설로서 생숙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숙박시설로의 성공은 충분한 관광수요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것인 만큼, 생 숙의 품질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근접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광 수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해당 도시를 관광 매력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지자체의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며, 더 나아가 생숙을 포함한 숙박시설과 관광 유관 서비스 산업의 성장 및 지역 주민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이런 다양한 관광 주체들의 노력을 통해 생숙이 대한민국의 관광 대국으로의 성장에 든든한 견인차 노릇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주석

  1. 호텔앤레스토랑, ‘오피스텔과 호텔의 갈림길에 선 생활형 숙박시설_20년간의 서비스드 레지던스 서사를 돌아보다’, (2021/03/29)
  2. 국제신문, ‘부산 해안가 점령한 생숙…조망권 독식 심화’ (2023/04/04)
  3. 매일경제, ‘애물단지 생숙 … 첫 오피스텔 전환 나왔다’ (2023/08/03)
  4. 조선일보, ‘엘시티 생숙 주거용으로 분양하더니…입주민 갈등 폭발’ (2022/07/12)
  5. 조선일보, ‘바늘구멍 뚫어냈다…해운대 생숙 4가구, 오피스텔 용도변경 성공’ (2023/07/07)
  6. Euromonitor International. WTTC ‘A World in Motion Shifting Consumer Travel Trends in 2022 and Beyond’ 재인용 (2023)
  7. Gartner, ‘Gartner Forecasts 39% of Global Knolwedge Workers Will Work Hybrid by the End of 2023’ (2023.3.1)
  8. Ariosi, ‘2023 Global Serviced Apartment Industry Report’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