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체계 확립을 통한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 일본의 사례와 한국의 개선 방향
최유경 야놀자리서치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엔데믹이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으며, 다양한 산업 분야가 회복력을 보여주고 변화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이 중 관광산업은 각국의 경제 활성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인바운드 관광은 내수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러한 인바운드 관광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이는 엔화 약세와 같은 외부 요인에 일부 기인할 수도 있지만, 과거 십여 년간의 지속적인 성공의 비결은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관광 데이터의 활용을 통한 해외 방문객의 만족도 제고와 더불어 재방문율을 높이는 데에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이 지난 수년간 구축해 온 관광 데이터 관리 체계는 그들의 관광 산업 발전의 핵심 엔진으로 작용해 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모델의 연구를 통하여 대한민국도 관광 데이터의 전략적 활용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본 브리프에서는 일본의 관광 분야에서의 데이터 수집 및 관리 체계를 면밀히 평가하고 분석하며, 대한민국의 관광 데이터와 비교하여 개선할 점을 찾아내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일본의 성공 사례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으며, 우리 관광 산업이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개선점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구체적으로, 본 브리프는 일본의 인바운드 관광 데이터 체계를 이해하기 위해, 데이터 시스템 평가에 널리 사용되는 네 가지 차원인 다양성, 충분성, 적시성, 그리고 활용성 측면에서 각각 리뷰하고, 현재 대한민국의 관광 데이터와 비교 평가함으로써 그 차이점을 발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파악된 차이점을 근거로 향후 우리의 데이터 체계에서 보충할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다양성]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를 제공하나 데이터 수집원은 간단한 편
일본 관광청1과 JNTO(Japan National Tourism Organization)2는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청은 관광 업과 관련된 통계 조사를 실시하며, JNTO는 마케팅 및 프로모션에 유용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 두 기관이 제공하는 이터에는 관광객의 특성, 동향, 입국 현황, 이동 패턴, 지역 관광 및 국가별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인바운드 시장의 트렌드와 관광객의 특성을 다양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의 수집 원천은 비교적 한정되어 있은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데이터는 관광청과 JNTO와 같은 공공 기관에서만 수집되고 제공되며, 민간 기업이나 소셜 미디어 등의 파생 데이터의 활용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성1] 인바운드 시장 현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상세한 데이터 제공
인바운드 관광 데이터 수집은 다른 데이터 수집에 비해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일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다양한 국적, 문화적 배경, 이동 패턴, 그리고 선호하는 활동 등 여 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언어의 다양성, 개인 정보 보호와 같은 법적 제, 그리고 기타 이슈들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외국인 관광객의 행태를 국적과 지역별로 분석할 수 있는 매우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정량적 정보뿐만 아니라 정성적인 정보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으며, "숙박 여행 통계 조사"와 "시장별 정보" 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 숙박 여행 통계 조사
"숙박 여행 통계 조사"는 관광청이 일본 내 숙박 여행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이다. 6만 개의 숙박 시설 중에서, 종업원 수가 10명 이상인 사업체는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종업원 수가 5명 이상 10명 미만인 사업체는 모집단의 1/3을 무작위로 추출하여 조사한다. 또한, 종업원 수가 5명 미만인 사업체는 모집단의 1/9를 무작위로 추출하여 조사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전체 약 2만 개의 숙소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며, 전체 조사 건수는 모집단의 약 1/3에 해당하고, 종업원 수가 10명 이상인 사업체, 즉 일본 숙박 시장의 "숏헤드"를 전수조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조사는 충분한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 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외국인 숙박객에 대한 정보도 함께 수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업원 수가 10명 이상인 사업체를 대상으로 외국인 숙박객의 국적별 비율을 확인하며, 이를 통해 지역별, 숙소 유형별 외국인 숙박객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각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지역, 해당 지역의 평균 체류 기간, 선호하는 숙박 시설 유형 등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초 자료가 된다.
□ 시장별 정보
JNTO에서는 방일 인바운드 시장별 (21개국, 2개 지역) 정보에 관한 리포트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으며, 이 리포트에는 각 시장별 관광산업 관련 이슈, 기초 정보, 그리고 해외 여행 동향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필요한 정보는 주로 JNTO의 해외 사무소에서 담당하여 수집하고 있다.
JNTO는 일본 여행과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현황, 여행 소비자의 특성, 여행형태별 특성 등 해당 시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일본 여행과 관련된 섹션에서는 해당 시장의 방일 여행 가격 경쟁력, 인기 있는 지역, 타겟 세그먼트의 여행 행태 및 홍보 방법에 대해 매우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제시하고 있다.
[충분성2] 기존 통계는 가공 및 조합을 통해 더욱 상세한 수준으로 제공
일본은 기존 통계를 활용하여 확대 발전시키는 면에서 상당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보다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추가 설문 조사를 실시하거나 기존 통계 데이터에 다른 부처의 통계 데이터를 결합하여 데이터의 깊이를 높이고 있다. 데이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통계적 조정이 이루어지므로, 데이터의 절대적인 정확성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생성된 데이터를 활용하면 외국인 관광객의 특성을 어느정도 파악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더 세분화된 정책을 수립하거나 관광객에 맞춤형 상품을 기획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된 데이터로는 "관광 입장객 통계"와 "FF-Data(Flow of Foreigners-Data)"가 있다.
□ 관광 입장객 통계
"관광 입장객 통계"는 각 지역의 관광 명소를 방문한 내·외국인의 입장객 수와 관광 소비액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이다. 이 조사는 각 지역, 즉 도도부현에서 진행되며, 관광 명소를 운영하는 담당 기관이나 행사를 주관하는 기관 등을 대상으로 관광객 수를, 그리고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관광 소비액에 관한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일부 조사 결과는 표본이 충분하지 않아 일반화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존의 관광청 통계와 조합하여 활용하고 있다.
관광 입장객 통계의 공통 기준을 도입하기 전에는 많은 지역에서 독자적인 조사 방법을 사용하여 지역 간 비교가 어려웠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따라 관광청에서는 전문가의 자문 및 논의를 통해 공통 기준을 마련하였다. 그 결과, 각 도도부현은 정해진 양식에 맞추어 조사 결과를 정리한 뒤 관광청에 제출하고 있으며, 관광청은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하여 공개하고 있다. 표준화된 기준이 마련되면서, 관광 입장객 수나 관광 소비액을 방문 목적, 관광객 유형에 따라 지역 간 비교 및 분석이 가능해졌다.
□ FF-Data (외국인 이동 데이터)
다음으로 국토 교통성에서 제공하는 "FF-Data"를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데이터는 인바운드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관광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방일 외국인 소비 동향 조사’, 항공국의 ‘국제 항공 여객 동태 조사’, 법무성의 ‘출입국관리 통계 월보’를 조합하여 가공된 것이다. 이 데이터의 큰 장점은 외국인 관광객의 도도부현 간 유동량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지바현-도쿄도, 교토부-오사카부, 오사카부-나라현 순으로 유동량이 높게 나타났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적, 여행 목적, 연령대, 성별, 교통수단 등을 조합하여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기준 도야마현-나가노현 사이의 유동 분석에 따르면, 도마현에서 나가노현으로 이동한 관광객 수는 약 5.5만 명이었고, 반대의 경우는 5.1만 명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관광객 국적의 경우 대만, 홍콩, 동남아, 한국 순으로 높았으며, 교통수단의 경우 버스와 철도 이용률이 높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적시성 및 활용성] 데이터 제공 주기는 짧은 편, 데이터 파악이 용이한 대시보드 제공 및 Raw Data 접근 가능
일본의 인바운드 관광 데이터는 주로 공공 기관에서 제공되고 있지만, 데이터의 주기는 비교적 짧다. 예를 들어, "숙박 여행 통계 조사"는 분기별로 수행되지만, 데이터는 매월 발표된다. 또한, "방일 외국인 소비 동향 조사"는 분기별로 공표되며, 새 분기가 시작되는 월인 1월, 4월, 7월, 10월에 이전 분기의 결과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대시보드를 제공하고 있다. 이 대시보드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요구에 맞는 데이터를 선택할 수 있으며, 더욱 직관적으로 데이터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데이터와 그래프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는 원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유연하게 활용할 기회를 갖게 된다.
한국 인바운드 관광 데이터는 다양성 측면에서 우수하나, 충분성 측면에서 개선 필요
한국은 2021년부터 관광산업 이해관계자들이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국관광 데이터랩'이라는 관광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서는 다양한 인바운드 관광 관련 데이터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외래관광객조사 결과, 출입국 입국자 수 및 여행수지와 같은 통계를 통해 전반적인 외국인 관광객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데이터, 신용카드 데이터, 글로벌 소셜 미디어 데이터 등 4차 산업 시대에 걸맞은 빅데이터도 제공하고 있다. 즉, 공공 데이터뿐만 아니라 민간 및 소셜 미디어 데이터도 제공함으로써, 일본과 비교했을 때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인바운드 관광 시장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각 시장별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이동통신 데이터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별 방문 추이는 파악할 수 있지만, 관광객의 지역 간 이동이나 국적별 방문자 수 추이는 확인하기 어렵다. 또한,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국가개요, 국가별 종합분석을 통한 해외 국가의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만, 해당 정보는 KOTRA 국가정보 서비스와 외래관광객조사에 기반한 기존 정보의 집합에 불과하다. 공사 해외지사에서 수집한 해외시장 동향 자료 역시 아직은 단순한 정보 제공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데이터의 적시성과 활용성 측면에서는 상당히 우수하다. 특히, 민간 기업에서 제공하는 이동통신 및 신용카드 데이터는 한 달 후에 확인할 수 있으며, 한국관광 데이터랩은 데이터 업로드와 동시에 대시보드에 정보가 반영된다. 사용자는 원하는 기간 및 지역을 설정하여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시사점: 데이터 컨트롤 타워 체계 수립, 데이터 융합
앞서 진행한 비교 평가를 요약하면, 관광 데이터의 다양성 측면에서 한국이 우수하지만, 데이터의 충분성 면에서는 일본이 비교적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적시성 및 활용성 면에서는 양국 모두 관련된 분석 정보를 우수한 수준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번 비교 평가에서 얻을 수 있는 핵심 사항은 세분화된 인바운드 관광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국적별, 지역별 특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상세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의 지역 방문 현황과 콘텐츠에 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며, 여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인바운드 관광 데이터를 수집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있지만,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통일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며, 데이터 형식이 일관되지 않아 전국 차원에서의 비교나 활용이 불가능하다. 즉, 지역별 데이터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으면 지역 간 비교뿐만 아니라 데이터의 관리와 축적도 무의미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고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컨트롤 타워 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컨트롤 타워는 필요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소스로부터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동시에 데이터의 품질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만약 지역별 데이터가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표준화되어 축적된다면, 지역 간 비교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관광 산업 분석 및 전략 수립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데이터 수집을 주체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컨트롤 타워 체계가 확립되면,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 이미 존재하는 인바운드 관광 통계와의 데이터 통합을 통해 데이터의 충분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데이터랩은 이미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역별 AI 분석과 인구 감소 지역에 대한 고급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주로 내국인 관광객 데이터를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인바운드 관광 데이터와 현재 보유한 데이터를 융합하면 새롭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바운드 관광 데이터가 풍부해지면, 더욱 상세하고 정확한 관광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맞춤형 서비스 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다. 물론, 이는 단일 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민간 부문이 인바운드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국가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축적하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의 이해관계자 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다.
주석
1 국토교통성 산하 정부부처로 인바운드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8년 설립된 기관
2 관광객 유치 및 홍보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